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 발표 후 퇴장하는 모습. 금융위원회는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칭) 두 곳에 대한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한차례 무산된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에 다시 나섰습니다. 어느 산업보다도 정체된 것으로 평가받는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신인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추진 방안을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흥행 카드로 꺼내든 '인가 컨설팅' 때문입니다. 인가 컨설팅이란 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혁신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외부평가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인가의 주체인 금융당국이 컨설팅을 한다는 것은 시험의 출제자이자 심사자가 예상 문제를 알려주는 '족집게 과외'와 다를 게 없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대로 따라오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틀을 주면서 창의력을 키우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물론 당국은 금융감독원이 인가 절차 전 과정에 걸쳐 신청자에게 상담과 안내를 강화하겠다고만 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주고 어떻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발표 내용대로 예전보다 안내를 좀 더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라도 문제입니다. 그동안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안내나 상담이 없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도 최선을 다해 안내와 상담을 했는데 이번에 새로운 것처럼 발표했다면 생색내기 그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탈락 확률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가려는 최종 목적지가 금융산업의 혁신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그 자체로 보여서입니다.

신청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할만한 평가 기준을 미리 제시하고 공정한 평가를 했다면 인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혁신성을 비롯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인가를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한 사업자와 그 구성원들이 실망하고 금전적 부담도 져야 하겠지만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경쟁을 이기지 못해 사라질 때보다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적습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간판만 다른 있으나 마나 한 은행을 바라지 않습니다. 금융 활동은 물론이고 일상의 질까지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새로움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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