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강남권 아파트 뉴스를 전국 방송에서 다뤄야할까?"

매주 토요일 아침 4년 째 라디오에서 부동산 소식을 전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방, 심지어 남해안 섬주민까지 서울 강남아파트 값이 얼마 올랐는지, 내렸는지 꼭 전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부동산 소식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게 애쓰는 편이다. 전국 어디서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 가령 정책이나 제도, 전·월세 문제, 금리 등의 이슈를 자주 다루려고 한다. 그래도 존재론적 한계를 많이 느낀다.

강남아파트는 말 그대로 해당 지역의 '동네 뉴스'이다. 그 지역 사람에게는 중요한 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보는 지역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단골 소식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는 2019년 4월 말 현재 34만8939채로 전체 아파트의 3.3% 수준이다. 극소수에 불과한 강남아파트는 지리적으로 강남을 넘어서 전국 뉴스로 매시간 생중계된다. 무심코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켜도 강남아파트 소식이 넘쳐나고 일간 신문 부동산 면에서도 강남아파트는 단골 메뉴다.

지금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 부동산 섹션을 한번 보라. 지방 아파트 시장을 다룬 뉴스는 거의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강남을 포함한 서울이 부동산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가끔 수도권 인기지역이 양념으로 들어갈 뿐이다. 지역뉴스가 전국뉴스로 당연한 것처럼 탈바꿈하는 뉴스가 부동산 뉴스다.

같은 경제 뉴스라도 금리나 환율은 부동산과 성격이 다르다. 금리와 환율은 서울이나 지방사람에게 모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부동산 뉴스는 기본적으로 입지에 대한 소식이므로 국지적인 성격을 갖기 마련이다. 

지방 사람들에게는 강남아파트 소식보다 동네의 공공 도서관, 박물관이 들어서거나, 다리 혹은 도로 개통 소식이 훨씬 중요한 이슈다. 그들에게 강남아파트는 자신의 삶과 큰 관련이 없다.

요즘 들어 강남아파트와 지방아파트 시장은 철저하게 분화되면서 따로 노는 시장이 됐다. 하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의 공세 앞에서는 우리는 무기력하다. 

뉴스는 내가 선택적으로 듣거나 보는 게 어려워 그만큼 인지의 포로가 쉽게 된다. 미디어가 특정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면 그 이슈에 집중되고 다른 이슈는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는 우리를 같은 욕망을 쫓아가도록 부추기고 결국 획일적이고 평균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강남아파트 뉴스는 귀에 못이 박일 만큼 많이 들어서 어디에서 살든, 어떤 주택에서 거주하든 이제는 익숙하다. 강남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 내 아파트에서 일어난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나와 관계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지만, 일순간 함께 강남아파트를 걱정한다. 이런 모습들은 뉴스가 제공하는 강요된 의제(어젠다)설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는 특정 이슈가 뉴스에 의해 강제적으로 주입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러다보니 정책이든 뉴스든 부동산은 모든 게 강남 중심이다. 강남아파트는 성공의 상징이 된다. 강남아파트 한 채 없으면 인생의 낙오자 같은 자괴감이 생긴다. 

미디어에 의해 욕망의 코드가 되어버린 강남아파트. 강남아파트를 보면서 요즘 들어 이 시대 집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상념에 빠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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