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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의 글로벌아이]미·중 무역협상 좌초...'딜'과 '노딜' 사이
  • 김태연 기자
  • 승인 2019.05.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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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종착점을 코앞에 둔 듯 했던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양측은 대화 지속 의지를 강조하지만,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5개월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경제체제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이다.

지난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끝났다. 그 사이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의 폭탄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마저 폭탄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곧 공표할 예정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면 중국의 성장률이 1.6~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이 5%대, 심지어 4%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 세계 경제도 온전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가다 서고, 다시 가기를 반복한 협상 속에 중국의 산업 보조금 삭감,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위안화 환율 조작 금지 등 7개 부문, 150쪽에 달하는 무역협정문 초안이 도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역사적인 합의가 머지 않았다"고 자신했지만, 중국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달 초 미국으로 보낸 외교전문을 통해 협정 초안의 합의를 거의 모두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합의를 깼다"며 분노했다. 폭탄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중국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공산당 보수파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며, 중국이 합의를 뒤집은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내부 협의 과정에서 "미국에 너무 양보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특히 산업 보조금 삭감으로 기득권을 위협받게 된 국유기업 간부들의 반대가 거셌다. 지방정부가 보조금으로 산업을 유치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경쟁 구조는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근간이다.

시 주석도 보조금 삭감 문제를 탐탁치 않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대로 산업정책을 바꾸려면 법개정이 필요해서다. 단순 이해관계나 자존심을 넘어 주권이 달린 문제가 되는 셈이다. 시 주석은 결국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막역한 사이인 류 부총리가 가져온 대미 양허안을 거부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비롯한 무역 문제는 백번 양보해도, 공산당 일당지배체제를 뒤흔드는 일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중국의 기본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고 벌이는 무역전쟁은 몇 차례 협상으로 끝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래 패권이 달린 싸움이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11일자 최신호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관련해 '종잇조각'에 서명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을 국가자본주의에서 끄집어내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 위에 있는 중국 공산당이 어떤 경우라도 보조금 지급을 비롯한 국가자본 분배 권한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아래 오히려 자립형 국가자본주의를 더 강화할 태세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이라면 결국 국유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공산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높이고 해외사업을 확장하면 할수록 갈등이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현지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중 강경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환상을 경계했다. 무역협상으로 안정적인 무역관계를 구축하는 건 비슷한 경제 모델 아래 약속 이행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연내에 임시 합의나마 도출할지 몰라도, 두 나라가 지정학적 경쟁구도 아래 상충되는 경제모델을 고수하는 한 둘의 무역관계는 앞으로 수년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태연 기자  kty@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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