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에 바탕한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전 세계에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분위기지만, 유럽과의 관세전쟁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우려에 휩싸인 글로벌 경제에 더욱 강력한 하방압력을 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EU)의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을 거론하면서 그에 대한 보복으로 110억달러 규모의 EU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검토에 들어간 관세 부과 목록에 헬리콥터부터 치즈까지 여러 산업부문이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2019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그룹 춘계회의를 위해 워싱턴에 집결하는 세계 각국 경제정책 결정자들에게 무역전장이 끝나지 않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 무역전쟁은 아직 안 끝났으며 약해지고 있는 세계 경제가 이것을 다뤄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외에(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재정립하길 원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가 미중 무역전쟁만큼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에 대한 관세부과 추진이 미·EU 무역협상에서 압박을 높이려는 목적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항공산업 보조금 분쟁의 일환이라는 미 관리들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EU의 무역협상이 그동안 거의 진척을 보이지 못했던 만큼 양측이 앞으로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카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중요한'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약 0.3%포인트, 독일은 약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중 무역전쟁도 봉합국면이긴 하지만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양국이 합의안 작성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좋은 합의'가 아니면 아예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끝까지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가뜩이나 침체 우려에 빠진 세계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개월 만에 세 번째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올해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락한 것이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BC에 "우리는 무역갈등의 고조를 중대한 리스크로 본다"며 "미국과 중국간 진전이 있었고 가까운 미래에 합의에 이를 수도 있지만, 자동차와 같은 다른 부문들에서 갈등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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