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분식 계기·상장폐지 부담은 고려해야

(사진제공=연합뉴스)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등 회계감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12월 결산 상장사 33곳이 상장폐기 위기에 놓였다.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새 외부감사법(외감법) 시행 등을 계기로 불투명했던 회계감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코스피 5개 사와 코스닥 28개 사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는 2017년보다 65% 늘어난 수치다.

코스피 기업 중에서는 웅진에너지·신한·컨버즈·세화아이엠씨가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았다. 경남제약 등 코스닥 28개사도 '한정' 등 비적정 감사의견으로 분류됐다.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은 1년 유예기간을 거친 후 퇴출된다.

특히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은 것이 업계에 충격을 줬다. 2017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총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들 중 부정적 감사의견을 받은 곳은 없었다.

감사의견은 회계사가 재무제표를 감사한 뒤 그 결과를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로 표명한다. 적정의견은 기업이 회계 기준을 준수해 재무제표를 작성해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한다. '한정의견' 이하는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데 묶어 비적정 의견으로 불린다.

깐깐해진 회계감사는 2018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된 새 외감법 때문이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새 외감법은 회계법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높였다. 특히 지난해 3월 대우조선 분식을 눈감아 준 회계사들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기업과 회계사가 갑을관계에 있다 보니 재무제표를 회계사가 대신 작성해 주는 일들이 만연했다"며 "대우조선 분식을 눈감아 준 회계사들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봐주기 감사'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한 재감사 요구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에 바로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다음 연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정석우 고려대 교수는 2010년 국가경쟁력 심포지엄에서 회계불투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40조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기업들이 '감사대란'이라는 말들을 쏟아내는데, 회계투명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