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연준 총재 "98년식 위기 대응 필요할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금리 결정과정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1998년의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준이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금리인상 계획을 철회할 것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움직임은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은행 총재는 이 같은 상황에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떠올리고 있다. 에반스는 25일 홍콩에서 "많은 위원들이 아직도 다음 조치로 긴축을 생각하고 있지만 1997년 12월 의사록을 인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의원들이 정책 수정의 필요성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동의했지만, 단기적 불확실성으로 관망적 자세를 유지한다'는 당시 의사록 문구를 그대로 읽으면서 이번 회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1998년 여름 6주 동안 뉴욕 증시는 거의 20% 급락했고, 앨런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준은 재빨리 금리 인하로 대처했다. 이에 미 경제가 외부 위험에 전염되지 않을 수 있었다. 

에반스는 당시 시카고 연준에서 부총재 보좌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인내심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데에 일조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연준이 1998년처럼 올해 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에반스는 1998년 연준의 결정이 시의적절했다고 칭찬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1998년 9월 5.5%에서 그해 12월 4.75%로 낮춘 후 이듬해 여름까지 금리를 동결하다가 다시 금리를 올렸다. 에반스는 "연준이 위험관리에 나서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다"라며 "과거 유사한 상황을 참고할 수 있다. 올해 말 금리를 올릴지 아닐지는 현재 불확실성이 어떻게 해결되는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8년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서 이른바 닷컴버블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완화정책으로 되돌리면서 증시는 60%나 부풀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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