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 상승률 23개월 만에 최고..서민 먹거리도 ‘들썩’
서비스 유료화·무인계산대 증가세

“회사 구내식당이 없어서 밖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데 요새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드는 돈이 상당하다. 여직원 중에는 도시락을 챙겨 다니는 이들도 여럿 있다” 서울 교대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 모 씨(33세)는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영한 TV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을 뒤늦게 정주행 중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심상치 않다.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업체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는 업체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물가 상승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이는 직장인들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근방에 위치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 모 씨(33세)는 점심시간마다 근처 제일모직 구내식당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쪽에서 점심 한 끼 사 먹으려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제일모직) 식당은 뷔페식으로 제공되는데 직원들은 2500원, 일반인에게는 5000원이다. 오전 11시에는 도시락도 파는데 타사 직장인들이 줄을 쫙 선다. 도시락도 금방 동난다”고 설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지역 식당 구분 없이 가격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매장 400여 곳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은 이달 초 순댓국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상당수 중국집은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500원∼1000원가량 올렸고, 지역에 따라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6000원인 곳도 적지 않다. ‘가성비’의 대명사인 김밥천국도 지점에 따라 대표메뉴인 원조김밥 가격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였다.
롯데리아, KFC, 맥도날드, 맘스터치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놀부부대찌개, 신선설농탕, 신전떡볶이, 이삭토스트, 써브웨이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카페 아티제와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일부 점포 등 베이커리 업체도 빵값을 인상했다. 코카콜라음료는 코카콜라 등 일부 음료 가격을 평균 4.8%, CJ제일제당은 스팸·햇반·냉동만두 가격을 6∼9% 올렸다.
‘최후의 보루’인 편의점도 예외는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일부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가격을 100원∼200원 인상했다. ‘더커진비빔참치’ 삼각김밥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고, ‘더블디럭스버거’(1500원→1600원), ‘아메리칸클럽하우스’(2100→2300원)도 비싸졌다. 매장에서 직접 구워 판매하는 군고구마 가격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뛰었다. GS25는 지난해 연말부터 ‘모두의 정찬’(3900원→4000원), ‘고기 진짜 많구나’(4000원→4300원) 등 일부 도시락과 주먹밥 가격을 100원∼300원 높였다.
기존에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들도 유료로 전환되는 추세다. 일부 외식업체는 배달료를 별도로 받기 시작했고, 맥도날드의 맥딜리버리 서비스는 최근 배달 최소금액을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배달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회수가 필요 없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곳도 늘어났다. 무료 제공하던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유료화하거나, 쿠폰 여러 장을 모으면 제품을 무료 증정하던 서비스를 중단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무인계산대도 빠르게 확산하는 추이다. 아워홈은 여의도 IFC몰과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의 푸드몰 푸드엠파이어에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SPC가 운영하는 면 전문점 하이면은 전체 지점 3곳 중 2곳에서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은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무료로 인식되던 서비스가 유료화되면서 서비스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