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식당가 메뉴판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프랜차이즈·식품·음료·생활용품·가구 등 전 국민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품목에서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외식산업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도매용 식자재시장에서까지 납품가격 급등 움직임이 일고 있다. 5000원 짜리 지폐 한 장으로는 더 이상 햄버거 하나도 사먹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KFC를 시작으로 대형 햄버거 업체들이 일제히 주력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12월 말에는 KFC가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모스버거가 와규치즈버거, 남반치킨버거, 치플레더블치즈버거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0.3% 올렸으며 2월에는 맥도날드가 제품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다. 이달부터는 버거킹이 버거류 가격을 100원씩 올리며 햄버거 패스트푸드업계 가격 인상 행렬에 참여했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 했다던 이들은 말과 달리 상품 가격만 올리는데 그치지 않았다. 각 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해도 8000~9000원선으로 유지해 온 최소배달비용 기준도 올렸다. 전 업계가 최소배달료 기준을 1만원으로 올린 가운데 특히 KFC는 1만2000원까지 인상했다. KFC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서 최소배달료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햄버거는 더이상 집이나 야외에서 싸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품목이 아니게 됐다.

식품도 줄인상되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이달부터 햇반, 스팸, 냉동만두, 어묵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률은 6∼9%대 수준이었다. 유명 음료업체인 코카콜라도 대표 제품인 코카콜라를 비롯한 17개 품목의 출고 가격을 평균 4.8% 인상했다. 비슷한 시기 사조대림도 주요 서민식품 중 하나인 어묵 가격을 올렸다.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진 각 기업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는 제조사를 거쳐 유통업체들로도 확산됐다. GS25는 이달 1일부터 제조사에서 올린 즉석밥이나 콜라 등 음료를 포함해 종이컵과 옷핀, 귀이개, 젓가락, 멀티탭 등 70여종의 상품 가격을 조정했다. CU 역시 지난 1일부터 숏다리, 찡오랑 등 오징어 관련 마른 안주류 24개 품목의 가격을 최고 20%가량 인상했다. 같은 시기 세븐일레븐도 50여개 품목의 값을 올렸다.

이들은 원자재와 임대료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상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공통적으로 해명했다.

일부 수긍 할 수 있는 이유지만, 문제는 전 업체가 원재료 가격 인상 때문에 값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 인상 분위기에 '편승'해서 납품가가 그대로인 상품 가격까지 조정해 수익을 내려 한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이달부터 수십여종(중복 포함 100여개 이상)의 상품 가격을 올린 한 편의점의 경우 제조사의 가격 인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시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제조사 측에 확인해 본 결과 가격 변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체가 대대적인 가격 인상 분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햄버거와 식품, 편의점, 프랜차이즈 모두 업계 1~2위 업체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인데 통상적으로 후순위 업체들은 선두권 업체가 값을 올린 뒤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1~2개월 안에 비슷한 폭으로 가격을 조정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 압박이 심해지면서 업종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모두 값을 올렸다"며 "국내 식품산업 구조상 경쟁업체들도 값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협력사에서 가격을 올려달라는 요청이 왔고 고심 끝에 값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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