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종합대책안, 이른바 ‘장그래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비정규직 임용기간을 늘리겠다는 부분이다.

정부는 기간제, 파견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35세 이상 근로자에 한해 본인이 원할 경우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기간제는 2년 뒤 정규직 전환이 원칙이지만 실제 전환율은 15% 정도다. 35살 이상은 9%에 불과하다. 그러니 35살 이상은 원하면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주고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으면 임금 10%를 의무 지급하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되레 비정규직만 더욱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사용제한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면 근로자의 업무 숙련도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기업 입장을 살펴보자. 현행처럼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엔 근로자를 아예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려 하는 기업이 제법 있다. 그러나 고용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규직의 현재 근속기간은 길어야 7년으로 그리 길지 않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입장에서는 굳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이유가 없다. 결국 정부의 방침으로 기업이 채용단계에서부터 정규직 근로자보다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계약 기간을 4년까지 연장한 뒤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직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방안 역시 문제가 있다. 4년을 고용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이직 수당 조금 받고 나가라는 얘기가 된다. 

지난 8월 31일 보수와 진보진영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열었던 토론회는 잊을 수 없다. 그날 35세 이상 파견 및 기간제 사용기간 4년으로의 연장과 파견 허용대상 확대 정책에 대한 보수세력의 입장은 확고했다.

보수진영 토론자로 나선 한 교수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 기업체는 2년 동안 데리고 있는 사람이 나간다고 하면 투자를 하지 않고 허드렛일만 시킨다. 하지만 4년 정도 같이 있으면 태도가 달라질 거다”라며 “(업무능력이) 쓸 만하면 정규직화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정’이라는 문화가 있고, 인지상정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정’ 때문에 정규직 전환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문제는 임용기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동안의 열악한 처우를 견뎌낸다 하더라도 정직원으로의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있다. 현재 비정규직 관련 대책안은 좋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 정부가 급히 내놓은 임시방편에 불과해 보인다. 기간연장보다는 상시업무 비정규직 고용 금지 등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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