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수장들이 2일 일제히 시무식을 열며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전반적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유가·금리·원화가치 상승, 건설경기 위축, 경쟁심화 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반면 디지털 금융 확산, 글로벌시장 확대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기 속 기회로 보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금융 선도, 글로벌사업 실질적 성과, 원스톱 고객서비스 등을 올해 경영전략으로 제시했다.
윤 회장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캐피탈을 필두로 계열사별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견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을 통한 KB 중심의 금융 생태계 구축,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기반 확보와 동남아 현지 특화 금융모델을 통한 지위 확대"를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윤 회장은 '속도감'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기업 아마존의 경우 70%의 정보만 확보되면 의사결정을 하고 한번 결정하면 끝이 아니라 수정과 보완을 해나간다"며 "지금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애자일(Agile) 조직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 중심의 KB로 변화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기존 '2020 프로젝트'를 '2020 SMART 프로젝트'로 새롭게 이름 붙이며 성장전략의 다각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SMART의 S(Specific)는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명확히 제시, M(Measurable)은 측정 가능한 정략적 관리지표 설정, A(Action-oriented) 구체적 실행계획 및 과제수립, R(realistic) 목표는 높게 달성 가능한 도전적 목표 설정, T(Time-based) 구체적 달성 기한 설정이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글로벌과 자본시장에서 가시적 성과 창출, 디지털화 가속화,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고객을 중심으로 그룹사의 자원과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고 융합하는 One Shinhan 전략은 지주회사 체제의 존재 이유"라며 "지주, 은행, 금투, 생명 네 개 사 겸직의 그룹 투자사업부문(GID)을 이번 달 안에 출범시켜, 그룹 차원의 고유자산운용 전략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해 One Shinhan 전략의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One Shinhan 전략플랫폼을 바탕으로 임직원의 지식과 경험, 역량을 연결·융합하고 브랜드와 같은 무형자산을 그룹 관점에서 한 방향으로 정렬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와 흥미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더불어 "신기술과 혁신기업 등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분야에 대해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지원해야 하며, 소외계층이 보다 쉽게 금융에 접근해 자립과 재기를 도모하도록 돕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닥쳐올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차별화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금융업의 본질 이해와 재정립,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 업무프로세스 개선, 관계사 간 협업을 통한 도약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진정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일본에 가면 아코메야(AKOMEYA)라고 하는 쌀을 테마로 한 다이닝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있는데 행복한 한 끼를 제공하는 곳으로 業의 개념을 새롭게 바꾸었다"며 "우리도 금융업의 개념을 손님의 기쁨으로 정립하고 손님의 금융라이프 스타일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과 지식이 중요하지만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라며 "일례로 매일 밤 요양원에서 요실금 패드 교환 때문에 잠을 뒤척이시는 어머니를 본 아들이 어떻게 하면 편히 주무시게 할까 하는 고민 끝에 스마트센서 탤리가 개발됐다. 우리도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구상할 때 손님의 금융생활 여정(Journey)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진정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김 회장은 "전통적 금융기관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업체는 서로 경쟁과 협업을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아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참여형 플랫폼이다"며 "앞으로 손님은 대부분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게 될 것이고, 금융회사도 휴매니티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금융만의 새로운 시너지 모델 확충을 통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WM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객자산가치 제고,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중심의 사업혁신, 글로벌 중장기 전략의 착실한 실행 및 가시적 성과 창출을 해내자"고 강조했다.
또 "금융 업권별 대표 계열사와 농·축협을 포함한 범농협 인프라를 기반으로 단일 업권으로는 할 수 없는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창출했다"며 "올해는 상호금융을 포함한 범농협 자금력, 1등 증권사의 IB 네트워크, 자산운용사의 운용역량을 결합해 기업투자 금융 시너지를 더욱 확대하고 기업투자금융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범농협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합멤버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경제 계열사·협력사와의 전속거래를 확대하는 등 농협금융만의 새로운 시너지 모델 확충에도 역량을 집중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춰나가자"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경영목표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하며 5대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손 행장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지속성장 기반 확보, 현지 맞춤형 영업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강화, 차별화된 금융플랫폼 구축을 통한 디지털 시대 선도, 서민금융 지원 및 혁신기업 투자를 통한 은행의 사회적 책임 완수, 1등 종합금융그룹 도약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제시했다.
올해 슬로건으로는 'Woori All Together, All New Woori'를 정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새로운 우리은행을 만들어 가자"며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 밖에도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시장과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일대 격전이 예상된다"며 "압도적인 차별로 중기금융시장 선도, 디지털 혁신인재 1만명 육성, 동반자 금융을 통한 역동적인 창업시장 조성"을 강조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디지털 혁신 주도, 금융산업의 내실 강화와 국제경쟁력 제고, 경제의 혈맥으로서의 역할 수행,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