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193표 가운데 1295표 얻으면서 GS건설 앞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 전경 / 사진제공: 연합뉴스

“시공사는 기호 2번 현대건설로 결정됐습니다”

현대건설이 총 사업비 10조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현대건설은 전체 2193표 가운데 1295표를 얻으면서 GS건설(886표)을 따돌리고 반포주공1단지 공동사업시행자로 최종 선정됐다.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건설이 승리의 깃발을 낚아채며 국내 건설업계 맏형의 자존심을 지켰다.

반포주공 1단지는 공사비만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의 1년 치 주택 수주 금액과 맞먹는 액수다. 여기에 사업비, 이주비, 중도금 대출 등을 더하면 전체 사업규모는 10조원대에 이른다. 재건축조합이 청산되기까지 최소 7~8년이 걸리는 만큼 장기간 진행되는 시공을 이끌어 가려면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과 현금 동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현대건설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해왔다. 시가총액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대규모라는 점과 낮은 부채을 내세웠다.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AA―’의 신용등급을 받을 만큼 경영상태가 양호하다. 부채비율(118%·6월 기준)도 10대 대형 건설사(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 가장 낮다.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이 70세가 넘는 고령인 점을 겨냥해 ‘정주영 마케팅’의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故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를 홍보 영상에 등장시켰다. 시공사 선정 당일에는 정주영 창업주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국민기업’, ‘신뢰’ 등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GS건설의 네거티브 전략이 ‘부메랑’이 됐다는 평도 다수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상호비방으로 인한 GS건설의 이미지 훼손이 수주전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7000만원의 이사비 지원을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국토부가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조합에서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GS건설은 현장 투표 당일에도 현대건설의 이사비를 거론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안정적인 주택사업 매출을 확보하게 되면서 단숨에 정비사업 실적 1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강남권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도 마련했다. 향후 강남구 압구정동 등 다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상 6층, 2120가구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이 끝나면 지하 4층, 지상 35층, 전용면적 59~212㎡, 총 5388가구에 이르는 한강변 매머드급 단지로 재탄생한다. 현대건설은 전체 가구의 70%(3700여 채)에서 한강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층 동(棟)은 한강의 물결을, 일부 저층 동은 요트 모양을 본떠 이색적으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실내 아이스링크 등 그동안 국내 아파트에서 볼 수 없던 편의시설들이 단지에 들어선다.

현대건설과 조합은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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