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손색없다..빨리 끝났으면~"
"시공사 선정 후 소송전 없기만 바랄뿐"

반포 주공1단지 / 사진제공: 연합뉴스

"얼마 전 출근해서 보니 사무실 유리 선팅 시트지가 쫙 뜯겨져 있었다. 뜯겨진 쪽은 GS건설 홍보물이 붙어 있던 자리였다. 반대편 현대건설 홍보물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D부동산중개업소 N대표는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대한 조합원들의 심리 경쟁이 극에 달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주전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상호 비방전으로 확산하면서 애꿎은 중개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 기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 재건축의 최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수주를 두고 현대건설과 GS건설간의 경쟁이 무섭다. 이 단지는 강남권 최대 랜드마크로 2조6000억원의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걸려 있다. 사업비와 이주비, 중도금대출 등까지 더하면 총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 시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데다 향후 재건축 시장의 입지를 다질 수 있어 두 회사는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파격적인 설계는 물론 금융 조건 등 유례없었던 혜택들을 내거는 상황이다. 실로 '반포대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양사가 제안한 특화설계다. 두 건설사는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자이 프레지던스 등 자사의 하이엔드급 브랜드를 내건 만큼 특화설계 부분에서도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고급 주거단지에 걸맞은 내·외관 디자인과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로 거주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공개한 디에이치 클래스트의 주거 콘셉트는 '한강을 열고, 스타일을 선택하며, 백년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변화하는 집'이다. 최소 3000가구(70%) 이상의 한강조망이 가능하며 거주자의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다. 입주민들의 건강과 편의 등을 위해 분야별로 전문가들의 1대 1 맞춤 서비스인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된다.

GS건설은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인 SMDP의 수석디자이너 스콧 사버가 직접 참여한 설계도를 공개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물인 마리나베이 샌즈의 수영장을 연상케 하는 스카이 커뮤니티도 제안했다. 자이 프레지던스의 위엄을 상징할 메가 게이트 브리지는 2개의 주요 건물을 연결해 한강변 아파트 입지를 강조할 방침이다.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왼쪽)와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 사진제공: 현대건설 및 GS건설

시공사 선정일을 목전에 둔 두 건설사는 조합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걸음을 재촉 중이다. 건설사 홍보요원들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인사를 하며 유산균 음료를 나눠주는가 하면 주일날 종교활동을 하러 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떡과 음료까지 제공하고 있다. 40대 조합원 P씨는 "시공사 홍보요원들이 매일 전화해 설명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침 출근길마다 집 앞에 찾아오고 있다"면서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자꾸 설명하니까 짜증도 난다"고 푸념했다.

이 지역 공기는 '이사비'에 관한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건설이 내건 7000만원 이사비 지원이 국토부 유권해석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무상 이사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조합은 긴급 이사회를 진행하고 "인허가 관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건설사의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무상지원 부분은 조합장이 이사회 및 대의원회 보고를 거쳐 삭제하는 것으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현대건설이 반포주공 1단지 조합원에게 제시한 7000만원의 무상 이사비는 도시정비계획법에서 금지한 '금품 및 재산상 이익'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내세운 탓이다. 조합 관계자는 "인허가 관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조합에서 조치한 사항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의 위법행위가 아님을 안내드린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사비 이슈는 상당수의 표심을 자극했고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첫 주자 GS건설에 점수를 주고 있다가 7000만원 무상 지원 조건에 혹해 현대건설 쪽으로 마음을 바꿨던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시정 지시가 나오면서 다시 원래대로 마음을 돌린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50대 조합원 K씨는 "주민 입장에서는 어떤 쪽을 선택해도 괜찮을 정도로 조건이 좋은 상황이지만 사업이 늦춰질까봐 우려된다"면서 "위법 소지, 재정 문제 같은 불안 요소가 없는 쪽의 시공사가 선택돼 이후 소송전이 벌어지는 참사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 이후 소송전 등에 휘말릴 경우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규제를 받으면 분양사업 후 이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기게 된다.

'CEO 썰전'으로 판이 커진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은 27일 잠실체육관에서 2차 합동설명회 이후 결정난다. 조합원의 투표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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