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과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각각 회사 노조에 '쓴소리'를 했다.

윤 사장은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와 같은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특근도 필요 없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사장도 "돈도 줄 만큼 주고, 노동부 지침에 따라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지만 문구 하나 때문에 통상임금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거분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겠지만 가장 큰 걱정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앞으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면 야근·잔업이 많은 업계 특성상 현재보다 50% 이상 더 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사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위기극복에 동참할 때라고 지적한 것인데, 노조는 이를 궤변으로 취급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을 기만하지 말라"며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한 제시안을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노조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기아차 노조는 "박한우 사장은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즉시 수거해 가라"며 "현대차그룹이 대화를 통한 통상임금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면 위력적인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맞섰다. 

민감한 사안인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사장들이 쓴소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의 감정을 건드려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갑한 사장과 박한우 사장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위기 상황을 바라보는 노조의 입장이 판이해서다. 눈앞에 다가온 파도를 사측은 자칫 배를 전복시킬 수 있는 거대한 쓰나미로 봤지만, 노조측은 잔물결로 보고 있어서다.

실제로 회사의 경영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노조는 이 모든 것을 사측의 '꼼수'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잘못된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역대 최저 수준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사실상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인 825만대 달성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양사의 노조는 '돈'을 더 내놓으라며 파업을 불사하고 있어 이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일부터 벌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이미 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지난 23일 진행된 27차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24일과 25일에도 파업을 진행한다. 지난 22일 한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한 기아차는 이달 말 예정된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까지는 파업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곧 패소 시 파업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기아차는 판결 결과를 떠나 막대한 손해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제는 동상이몽에서 깨어나야 할 때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 구조로는 토요타 등 경쟁사는 물론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브랜드의 위협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노조는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대립보다는 협치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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