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부터 진행..총수들 ‘모범 답변’ 준비 한창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의사일정 등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하루 뒤에 열리는 대기업 총수 청문회에 재계 및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6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는 대기업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이 그 대상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총수들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예상 질의에 대한 모의 연습을 하는 등 ‘모범 답변’ 정리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 특위의 질의에 대한 답변시간이 제한되는 데다 금번 청문회는 생중계로 전파를 탈 예정이어서 재계 총수들이 초긴장 상태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 삼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 ‘뜨거운 감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삼성그룹이다. 이번 청문회에는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승마 지원 논란과 관련해 오랜 시간 조사해온 도종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총출동해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형국이다.

삼성과 관련해 관심이 가장 집중된 사안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찬성 건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최대주주(11.6%)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었음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 결과 두 회사의 합병은 삼성의 계획대로 통과됐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위 의원들은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합병에 찬성해줬고, 그 대가로 삼성이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 측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특위 의원들은 삼성 측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가에 삼성물산 지분을 많이 몰아주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고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엘리엇 측의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을 근거로 방어막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차은택 광고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현대차그룹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 지인이 운영 중인 회사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0억원가량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 씨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3억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위가 집중 추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소규모 광고의 경우 입찰 없이 추진할 수 있으며 물품납품·광고배정 등에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소장에도 현대차가 피해자로 적시돼 있는 점 등을 들어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사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건과는 무관한 사항이지만 정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국회의원들이 공개 망신을 주는 분위기로 몰아갈 경우의 수도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비자금 문제로 구속돼 8400억원 규모의 사회 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2014년까지 총 8500억원 이상의 사재를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출연했다.

그러나 해당 재단이 △정 회장이 설립한 재단인 점 △2011년과 2012년 수익금보다 적은 금액을 목적사업비로 지출한 점 △재단의 재산총액이 정 회장 출연 주식 가치보다 높은 점 △재단이 매각한 주식 및 자금을 모두 재단과 현대차 그룹 계열사 HMC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 드러나 허울뿐인 환원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 롯데, 면세점 특혜 의혹·70억원 반환 경위 쟁점

신동빈 롯데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및 K스포츠재단 70억 추가출연과 관련된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의혹과 관련해 집중적인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측은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이 특허 갱신에 실패한 이후 5년 특허 한시법에 대한 지적이 학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됐고, 면세점 근로자 실업문제도 공론화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하고 돈을 냈다가 돌려받게 된 경위도 특위 위원들이 집중적으로 파고들 사안으로 꼽힌다. 돈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롯데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게 될 정황을 미리 알고 반환이 이뤄졌다면 대가관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사기밀 유출과도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롯데 측은 법무팀과 홍보팀을 중심으로 서면 질의 답변과 사실 확인을 반복하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외협력 조직 구성원들 또한 최근 여의도 국회로 출퇴근하며 국회 분위기 파악과 입장 해명에 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 SK, 사면 대가성·면세점 청탁 화두 오를 듯

특위 의원들은 SK그룹을 향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의 자금을 놓고 사면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었는지, 지난 2월 최태원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에서 면세점 허가 관련 청탁이 오갔는지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모금 분담비율이 삼성 2.0, 현대차 1.2, SK 1.0, LG 0.8로 정해져 있었고, 그 비율에 따라 돈을 낸 것일 뿐 사면과 관련한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관련 청탁에 대해서는 만일 최 회장과 대통령 독대에서 그 문제가 언급됐다면 그 직후에 이뤄진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80억원 추가 지원 요청을 과연 거부할 수 있었겠냐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로비를 했다면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키로 하고도 지난해 11월 14일 면세점 2차 발표에서 떨어졌겠느냐고 항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K그룹은 추가로 80억 원 출연을 제안받은 뒤 30억 원으로 액수를 하향 조정한 과정과 관련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증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 등에 대해 교육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CJ, 이재현 회장 사면 부탁·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관심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는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재현 회장 사면 부탁이 있었는지와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퇴진 압박, K컬처밸리 사업 차은택 연루 의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이 예상된다.

CJ 측은 손경식 회장이 국정조사에 출석해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재현 회장 사면과 관련해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또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에 대해서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내용을 확인했지만 대통령의 뜻인지는 알지 못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차은택 씨를 통해 K컬처밸리사업을 추진하거나 그에게 특혜를 주었는지에 관해서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서 참여했을 뿐 차 씨에게 특혜를 줄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CJ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3억원과 K-컬쳐밸리 사업에 투자한 1조4000억원이 이재현 회장 사면과 관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됐다. CJ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우리는 피해자’라는 논리로 변론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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