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정부가 서울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후,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 관망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당분간 지켜보자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문의가 줄고, 거래 의사를 번복하는 경우도 생겼다. 매도자들도 일단 매물을 거둬들이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간혹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개포동과 잠실 일대에서 호가를 내린 매물이 일부 나왔고, 프리미엄이 붙었던 강남과 서초 지역의 재건축 분양권 거래 문의는 관망세로 주춤해졌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한 비교적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언론을 통해 언급되면서 심리적 동요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강남권 규제를 시작으로 그동안의 부양기조가 부동산 규제와 관리 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청약 1순위 자격이 제한되고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입주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거래가 제한돼 단기간 투자 목적의 청약도 어려워진다.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조합원 분양가구수도 제한된다. LTV나 DTI 규제도 가해질 수 있다. 청약시장의 가수요가 차단되고, 분양권 전매거래는 위축될 것이다.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조정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단계적, 선별적으로 추가 규제 등 안정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규제책 검토 소식만으로도 수요와 거래시장이 동요하는 것을 보면 강남권 등 언급지역은 정부 대책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거래 관망세를 보일 전망이다. 규제 발표를 기다리면서 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빠른 판단과 결정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신중하고 정밀한 대응이 더 중요하다. 지역별 온도차가 큰 상황에서 이러한 지역 맞춤형 규제 논의가 합리적이긴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에 나타날 수 있는 후폭풍이나 부작용을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한 후 추가 규제 여부와 규제의 강도, 타이밍 등을 결정해야 한다.

최근 가계부채대책에 따른 대출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시중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의 대출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집단대출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19일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요건이 강화되면서 서민층과 실수요자들의 자금마련 고민도 커지는 상황이다.

조기 시행이 결정된 DSR(Debt Service Ratio: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 시스템)의 영향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금융규제에 따른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안팎의 변화를 좀 더 주시하면서 추가 대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현재까지의 분양 실적을 토대로 내년부터 2018년까지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거의 80만 채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공급이 증가한 지역, 입주예정 아파트가 몰려있는 지역의 시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 가격 조정과 비인기지역의 미분양 사례도 나타나는 양극화 상태에서 강남권 규제 여파가 강남권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순기능에만 그칠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일부 부동산현장에서는 지역별 맞춤규제의 영향이 미비하거나 규제가 없는 지역으로 수요와 유동성이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금리 유동성 장세 속에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 이후의 다양한 시장 반응과 변화에 따른 2차 대응전략까지 모색해둬야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0월 초까지 분양한 전국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13.9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은 21.8대 1로2015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거래량 통계를 분석해보면, 올들어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에서 분양권 전매거래가 15%를 차지한다.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남 등지는 분양권 전매거래 비율이 20%를 웃돈다. 단기투자 목적의 가수요가 아직 많다고 볼 수 있다.

지역 맞춤형 규제와 관리대책을 통해 과열지역의 투기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과거 부동산의 고속 성장시기와는 다른 시장의 흐름을 볼 때, 보다 정밀하고 신중한 규제책과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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