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핀테크, TF 구성·상표권 선점 속도…정부는 2단계 법안 연구만 진행 중
국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가 실증 단계에서 멈춘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정조준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CBDC 실험 결과만 발표했을 뿐, 본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반면 민간 금융사들은 테이블코인 선점을 위해 올해 7~8월 사이, 전사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상표권 출원에 나서는 등 경쟁에 본격 나선 모습이다.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한 곳은 케이뱅크다. 올해 7월 초 내부 디지털자산 TF를 운영하며 '무역송금용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실물 금융 연계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7월 10일 기준 'K-STABLE', 'KSTABLE' 등의 상표권을 금융서비스(36류)와 소프트웨어(9류) 분류로 출원 완료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중순, 카카오·카카오페이와 공동으로 대표이사 직속 TF를 구성했다. 정신아 카카오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페이 대표가 직접 참여 중이며 'BKRW', 'KRWB', 'KKBKRW' 등 총 12건의 상표권을 지난달 15일까지 등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0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발행, 수탁, 결제까지 적극 검토 중"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CFO는 지난 6일 열린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과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데, 지난 3년간 코인원 실명확인 서비스 운영을 통한 KYC·AML 경험과 한국은행 CBDC 실험 참여로 확보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력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토스뱅크는 올해 7월 말 기준, 토스의 금융 계열사 3곳(토스뱅크, 토스증권, 토스페이먼츠)이 공동 참여하는 TF를 김규하 CBO 주도로 운영하고 있다. TSKRW, TSBKRW, KRWTBK 등 총 48건의 상표권을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출원, 은행권 중 최다 수량을 기록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빠른 움직임이 이어진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28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선도적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는 지난 7월까지 총 66건의 상표권을 등록했으며 'UPUSD', 'KRWUB', 'UBKRW' 등 다수의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LG CNS는 올해 8월 초 기준, 고속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기술 검증(PoC)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정부의 제도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올해 8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제도 정비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을 위한 '2단계 입법 추진 및 제도보완 연구용역'을 착수한 상태다. 시범사업 역시 올해 말 이후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발행 주체, 환매 보장 구조, 기술 표준에 대한 구체적 법률안은 미확정 상태다.
그럼에도 금융 플랫폼 기업들은 가상자산 거래소 및 간편결제사와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구조 설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수신 대체 효과는 물론 플랫폼 기반의 송금·결제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상표권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5일 은행권·핀테크·거래소가 출원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은 총 200건을 넘어섰다. 토스뱅크(48건), 두나무(66건), 국민은행(32건), 하나은행(16건), 우리은행(20건), 카카오뱅크(12건) 등으로 분산됐다. 모든 상표는 금융서비스(36류)와 앱·시스템(9류) 이중 분류로 등록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TF를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간 역할 분담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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