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투자손익 확대·보장성 강화로 실적 방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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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실적이 뚜렷하게 엇갈리면서 비은행 부문 내 판도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카드와 손해보험 등 기존 '효자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진을 겪은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이 예상 밖 존재감을 발휘하며 금융지주의 비은행 실적을 방어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는 2분기 17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순익은 3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며 비은행 부문 실적 기여도 1위에 올라섰다. KB금융의 KB라이프도 같은 기간 18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3% 성장했고 2분기 단독으로는 102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하나생명도 전년보다 54.1% 증가한 142억원의 실적을 냈다.

생보사들의 실적 개선은 투자손익 확대와 장기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 전략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기에도 채권평가이익이 늘고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수익 구조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다. KB라이프의 경우 2분기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전분기보다 3.3% 증가한 3조882억원을 기록하며 장기적 수익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KB손보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3% 줄었고 2분기에는 15.9% 급감했다. 하나손보와 신한EZ손보는 각각 194억원, 15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농협손보도 875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상승, 부품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악화됐고 여기에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공장 화재 등 자연재해가 겹치며 손보사들의 수익성을 압박했다.

카드·증권 계열사 역시 전반적인 실적 후퇴가 이어졌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이 24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0% 감소했으며 신한캐피탈은 41.0% 줄었다. KB국민카드는 29.1% 감소한 1813억원, KB증권도 9.8% 줄어든 실적을 기록하며 비은행 전반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하나증권(-18.6%)과 우리카드(-9.5%) 등도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지주들이 고금리와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견제 기조 속에서 은행 중심 수익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해왔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는 생명보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생보사가 비은행 부문의 실질적인 버팀목이자 구조 재편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계는 장기 보장 중심의 안정적인 구조와 투자자산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며 "가장 다르게, 가장 빠르게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하고 있는 생보사들이 당분간 금융지주 내 비은행 실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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