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이 노후 준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단순한 치료비 보장을 넘어 건강관리부터 요양, 간병까지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금융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중심으로 초고령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3회에 걸쳐 모색한다.[편집자주]
"서울아산병원에서 그날 마지막으로 아버님께 전화를 받았다. 남은 가족을 잘 부탁한다고요. 돌아가시는 날까지 가족을 걱정하셨죠."
교보생명에서 24년째 FP(재정전문가)로 활동 중인 한 설계사는 오랜 세월 한 가족의 보험을 함께 설계하며 보험의 진정한 가치를 체감했다. 보험료를 직접 수금하던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은, 자녀 보험 가입과 질병 진단, 치료 과정까지 이어졌고, 그 가족은 신장암과 위암, 재수술 등 여러 위기를 거치면서도 총 3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통해 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받았다. 실손보장과 진단금, 수술비 외에도 보험료 납입면제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현재는 모두 건강을 회복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설계사는 "누구를 만나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은 단순한 '진단 후 보장'을 넘어 치료, 간병, 요양, 회복 이후까지 생애 전반을 설계하는 헬스케어 금융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출시한 상품들을 보면 이 같은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 5월 12일 삼성화재는 '보장 어카운트'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암·뇌·심장질환에 대해 중증 치료비를 최대 100세까지 보장하며, 무사고시에는 납입한 보험료의 최대 52.5%를 환급해주는 건강 리워드 구조를 갖췄다. 병원 동행 서비스, 건강관리 리워드 앱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능을 통합해 기존 보장 중심 상품과는 차별화를 뒀다. 건강한 삶을 유지할수록 보험 혜택이 커지는 인센티브 설계를 통해, 소비자 건강관리 습관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난 1월 선보인 '교보 3밸런스 보장보험'은 건강·사망·노후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암·뇌혈관·허혈성 심장질환 등 주요 질환에 대해 최초 진단금뿐 아니라 최대 10년간 반복 치료에 따른 연간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금 전환 후에도 치료 보장이 유지되며 일정 시점 이후 사망보험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중장년층의 생애 리스크 관리에 적합하다.
NH농협생명은 지난 4월 대표 건강보험인 '백세팔팔NH건강보험'을 리뉴얼하며 실생활 중심 보장을 강화했다. 통원치료비, 간병인 입원비, 고주파열치료 및 면역항암치료 등 최신 신의료기술까지 보장 범위를 넓혔고, 총 29종의 특약을 통해 맞춤형 의료비 설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고령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외래 치료와 단기 입원을 집중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고령 인구의 실질적 의료 니즈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라이프생명은 고령화와 치매국가책임제 흐름을 반영해 'KB행복한약속 치매간병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장기요양 2등급 이상 진단시 매월 최대 280만원의 간병급여를 지급하고, 경도치매 및 인지장애 수준에서도 진단비를 보장하는 구조다. 재가간병 선택시에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실제 간병 선택의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족돌봄 수요 증가와 간병비 부담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로 고령자 단독 가구는 물론 부부 공동설계에도 적합하다.
이처럼 최근 보험 상품들은 보장범위를 넓히는 것을 넘어, 실손의료비·중증질환보장·간병생활비·재택치료지원 등 생애 전반을 포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기존의 '사후 보장' 중심 틀에서 벗어나, 질병 발생 전 예방, 치료 중 케어, 치료 후 요양과 복귀까지 전 주기적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연계하거나, 건강활동 실천에 따라 환급 혜택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 트렌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이제 질병을 진단받은 이후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 이전의 예방과 질병 이후의 삶까지 설계하는 라이프케어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령화, 치매, 가족 간병 리스크 등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이 향후 보험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