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쓰여진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간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기자 역시 대학시절에 이 책을 읽고 활짝 피어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삶이 버거운 청년들이 늘다 못해 만연한 지금 이 시대에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버티라는 위로가 잔인하게 들린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희대의 망언 반열에 오른 지도 벌써 오래. ‘빚지니까 청춘이다’ 정도가 훨씬 수긍하기 쉬울 듯하다.

주민등록증 잉크도 덜 말랐다는 풋풋한 나이 스무 살부터 대출을 받는 일은 어느새 당연한 게 돼버렸다. 스무 살 청춘은 이렇게 빚에 눌려 시작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주위에 수두룩하다. 서울권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 가운데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자 비율은 약 25%에 달한다. 학비 및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청년들은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휴학을 하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어도 많은 학생이 여전한 빚을 안고 대학 문을 나선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고소득 연봉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한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다수의 청년들이 빡빡한 재정난 속에서 정규직을 꿈꾸며 임시직, 계약직 등을 전전한다. 취준생 커뮤니티에는 이 시대에 백범 김구 선생이 계셨더라면 그의 소원은 ‘대한독립’이 아니라 ‘정규직’이었을 것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돈다.

극심한 취업난이 연일 계속되자 정부에서는 청년창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청년들에 대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 대출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출상환을 하지 못해 빚더미에 오르는 청년창업자들은 매년 크게 늘어나는 형국이다. 정부가 청년들에게 빚을 내서 창업하라는 꼴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약정해지 현황’ 자료에 의하면 공단으로부터 창업자금을 대출받았지만 이를 상환하지 못해 약정이 해지된 건수는 2013년 80건에서 2015년 221건으로 약 2.7배 늘어났다. 이로 인한 미상환 금액 역시 2013년 44억원에서 2015년 124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총 408건 233억원(건당 약 5711만원)이 발생했다.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강조한다. 하지만 창업플랫폼 구축이나 창업준비단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 논의는 미미하다. 정부가 근본적인 청년일자리 창출안을 제시하는 대신 대출과 같은 손쉬운 지원 방법만을 내놓으며 청년들을 더 큰 빚더미로 내몬다는 기자의 견해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일까.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며 닥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이 청년 부채 세대까지 양성하는 시대 모습이 쓰디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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