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일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된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변화다. 예금자 재산 보호의 안정성이 한층 강화되는 동시에 금융 소비자의 자산 운용 전략에도 큰 전환점을 가져올 전망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위한 대통령령 일부개정안을 발표하고 5월 16일부터 6월 25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은행·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예금까지도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일괄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예금자들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자금을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방식으로 보호 한도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는 단일 금융기관 내에서도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1억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예금자 입장에선 관리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특히 정기예금 외에도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 보험금 등 별도로 보호되는 항목 역시 1억원 한도로 확대돼, 보호의 외연이 넓어지게 됐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보호 수준은 중간 정도다.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6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500만원) 수준이며 한국은 일본·캐나다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된 셈이다. 특히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금융 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이에 한국도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냈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자산 이동을 촉진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으로 자금이 몰리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 한도 상향 시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최대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변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부분은 예금보험료 인상이다. 예금 보호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거둬들이는 예보료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금융사의 수익성 악화나 소비자 대상 수수료·금리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따라 예보료 조정 시점을 2028년 납입분부터로 유예하고, 적용 폭도 업권별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보호 대상과 제외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보호 대상은 정기예금, 외화예금, 일부 보험계약, 증권사 예탁금 등이 포함되며, 해당 금융회사가 파산했을 경우 원리금 기준 1억원까지 보장된다. 단, 펀드, MMF, RP, CD,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 후순위채권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해외 금융기관의 경우 은행법에 따라 인가를 받은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과 대리점은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외화예금의 경우 사고 발생일의 환율 기준으로 환산한 원화 금액이 보호 한도에 적용된다.
이처럼 제도 변화에 따라 예금 전략도 조정이 필요하다. 금리를 고려한 금융기관 선택은 물론 이자 수익을 포함한 총액 기준으로 예치 금액을 설정해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동일 업권 내에서도 기관이 다르면 각각 1억원씩 보호받을 수 있는 만큼 안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