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맞춤형 보험 선택 시대…AI가 내 보험을 설계한다
"30대 직장인인데 건강보험 추가하고 싶어요."
AI(인공지능) 챗봇에 질문을 입력하자 곧바로 사용자의 연령과 직업에 맞춘 건강보험 상품과 주요 보장 항목이 제시된다. 복잡한 약관을 일일이 비교하지 않아도 내게 필요한 보험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며 보장 설계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AI 기반 맞춤형 상담 서비스는 보험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보험 추천 서비스는 고객의 연령, 직업, 건강 상태, 가족력, 소비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자연어 처리(NLP)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챗봇이 도입되며 단순한 질의응답 수준을 넘어 실시간 정밀 상담까지 가능해졌다.
삼성화재는 AI 챗봇을 활용해 고객 질문에 응답하고 맞춤형 보험 상품을 안내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사용자가 "나는 30대 직장인인데 건강보험에 관심 있다"고 입력하면, 챗봇은 해당 연령대와 직업군에 적합한 상품과 보장 항목을 추천해준다.
카카오손해보험도 자체 개발한 챗봇을 통해 모바일 기반 보험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몇 가지 질문에 응답하면, AI가 보험 니즈를 분석해 상품을 제안한다. "운전을 자주 하는데 어떤 자동차 보험이 좋을까?"라는 질문에는 운전 습관과 가입 이력 등을 반영해 최적의 보장을 추천하는 식이다. 모바일 앱과 AI 기술을 결합한 이러한 서비스는 특히 젊은 고객층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AI 기술은 보험 상품 추천을 넘어, 설계사와의 매칭까지 확장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발표한 '보험개혁종합방안'을 통해 AI 기반 설계사 추천 시스템을 공식 개혁 과제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보험연수원은 현재 보험GA협회와 함께 AI 기반 소비자 맞춤형 상담 모델 및 설계사 매칭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서비스는 상담 교육 프로그램, 인증 프로필, AI 매칭 모델 도입으로 이어지는 3단계 체계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설계사의 상담 품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고도화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자체 개발한 '보장분석 AI 서포터'를 통해 복잡한 보장 내용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설계사에게 핵심 정보를 요약 제공하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으며 현재 현장에서도 활용 중이다. 교보생명은 생성형 AI 기반 상담 서비스 '교보GPT’도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고객 대상 약관 요약, 은퇴설계 특화 모델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상담화를 위한 생성형 AI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 가입 내역과 보장 상태를 AI가 분석해 상담 대화를 자동 생성하고 설계사에게 음성과 자세 등을 실시간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은 지난 3월 정식 출시되어 현재 설계사 대상 실무에 적용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AI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미지·텍스트를 동시에 분석하는 멀티모달 모델을 적용해 자동차보험 주행거리 산정 등 실제 업무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다만 AI 기반 보험 추천 서비스에도 해결 과제는 남아 있다. AI는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고객이 정확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추천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보험 약관이 수시로 개정되는 현실에서 AI가 이를 실시간 반영하는 데는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AI가 제안하는 결과를 참고하되 약관 확인과 전문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부 플랫폼의 경우, 추천 알고리즘에 광고나 제휴상품 우선 노출 구조가 적용될 수 있어 중립적인 서비스 선택이 권장된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