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불식하려면 경영 능력 입증해야

지난 23일 서울 종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창민 신임 사장이 회사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 대우건설 제공

‘35년 현산맨’ 박창민 前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대우건설 차기 사장으로 취임했다. 박 사장은 23일 오후 2시에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박 신임 사장은 대우건설 창사 이래 첫 번째 외부출신 사장으로 논란 끝에 어렵게 사장에 오른 만큼 그의 향후 경영활동에 관심이 집중된다.

◇ 국내 주택경기 불황..해외사업에 승부 걸어야

박 신임 사장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 사원으로 입사해 2011년에 사장직까지 올랐다. 37년 동안 건설업에 종사했으며 2012년부터 2016년 초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지내는 등 주택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주택분야의 강자라는 점에서 주목받지만 해외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전에 재직했던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해외에서 토목공사나 플랜트사업 등을 수주한 경험이 없다.

대우건설은 현대산업개발보다 해외건설 비중이 높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국내에서 3조5169억원, 해외에서 2조29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해외 매출 비중이 36.6%다

현재 대우건설은 박 사장이 강점을 가진 국내 주택사업에서는 이미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해외사업은 아직 부실을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박 신임 사장은 대우건설 내부의 해외 전문성을 가진 인적자원을 활용해 업무를 파악하고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국내 주택경기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주가를 견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매각 앞둔 대우건설..주가 부양 시급

박 신임 사장은 건설업황 침체 속에서 대우건설의 실적개선과 주가회복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은행이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박 사장을 선임한 가장 큰 명분도 대우건설의 주가를 높일 적임자라는 점이었다.

산은은 펀드를 통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2018년까지 팔기로 한 상태다. 2011년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5000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6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대주주가 손실을 보지 않게 하려면 박 사장은 현재의 3배 가까이 주가를 높여야 한다.

과거 주가 부양에 성공한 이력은 합격점이었다. 박 사장은 지난 2011~2014년 현대 산업개발 사장으로 재직하며 탁월한 성과를 냈다. 박 사장 취임 직전엔 현대산업개발 역시 주가가 하락해 대우건설과 유사한 상황을 보였다. 취임 첫해인 2011년 3분기 말에는 현대산업 주가가 1만6800원이었다. 박 사장이 물러날 당시에는 3만원으로 2배가량 주가가 올랐다. 현대산업개발 사장 취임 첫해에는 매출액 4조1079억원, 영업이익 4027억원, 당기순익 2247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 대우건설 첫 외부인사..낙하산 논란 불식 필요

박 사장은 순혈주의가 강한 대우건설 내에서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고 임직원들을 통솔해나가야 한다.

박영식 前 대우건설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박 사장이 선임될 정도로 그동안 선임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대우건설의 사장 공모가 외부 인사로까지 넓혀지는 등 이미 결정된 사안이 번복되고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박 사장이 진작에 낙점됐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대우건설 노조는 취임식이 열린 23일에도 대우건설 본사 로비에 모여 박 사장의 취임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대우건설 임직원들과 가족, 대우건설퇴직임직원 모임 등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는 신임사장 공모과정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임직원 서명도 받는 중이다.

따라서 박 신임 사장이 대우건설 최초의 외부출신 사장으로서 임직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가는가가 관건이다. “대우건설의 1등 DNA를 되살려 세계적인 건설사로 발돋움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박 신임 사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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