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보험사 "역마진에 적자 더 이상 감내못해"
의료계‧소비자단체 "소비자 편익 외면하고 보험사 배만 불려"
정부가 내놓은 5세대 실손보험 개선안을 두고 '보험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역마진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며 부담을 토로한다. 5세대 실손의 성패는 초기 실손 가입자들의 5세대 전환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개선안의 특징은 경증 환자의 의료비 '자기 부담률'을 대폭 상향한 것이다.
'자기 부담률'은 실손보험 가입자 중 경증 환자들이 도수 치료, 한방 치료 등의 불요불급한 진료를 남발해 보험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에 도입됐다.
'자기 부담률'은 1999년 이후 1세대 실손보험에서는 0%였지만, 2세대부터 10~20%로 상향되기 시작해 3세대 때 10~30%로 확대됐다. 이어 지난 2021년 7월 이후 4세대는 급여 10~20%, 비급여 30%로 세분화됐다. 그런데 내년 6월 이후 도입 예정인 5세대에서는 급여는 최대 81%, 비급여는 최대 50%(검토)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개선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고,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중증 질병‧상해는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성 난치 질환 등이다. 경증 비급여 보장은 내년 6월 이후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증 비급여의 연간 보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고, 자기부담금은 최대 50%까지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실손 개혁을 불러왔다. 실손보험 적자는 지난 2023년 기준 1조9738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같은 적자의 원인을 경증 환자의 불요불급한 비급여 의료 남용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는 정부의 실손 개혁안을 소비자 편익을 줄이고 보험사 이익을 대변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국 입장은 확고하다. 현행 체제에서는 보험사 적자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자도 보험료가 갱신될 때마다 치솟아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손 1~2세대 가입자 중 고령층에서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세대 실손은 중증만 보장하면 4세대보다 보험료가 50% 낮아지고, 경증도 보장하면 30%가량 인하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예상하는 보험료는 1만원대 안팎이다.
기존 실손 가입자들도 2013년 1월 이후 출시된 실손은 '재가입 주기'(2세대 일부‧3세대는 15년, 4세대는 5년)가 되면 현재 판매 중인 상품으로 재가입된다. 이르면 2026년 7월부터 5세대 실손으로 전환된다.
관건은 재가입 주기가 없는 1‧2세대 초기 가입자들이다.
이들의 가입 건수는 총 1582만건으로 전체 실손 가입자의 44%를 차지한다. 정부는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계약 재매입'을 통해 5세대 전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의 반발이 커 5세대 실손보험이 예정대로 도입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현행 체제처럼 보험사가 계속 실손 역마진을 떠안고 가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