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풍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앞서 실적을 발표한 고려아연 측과의 경영 능력에 대한 주주들의 비교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영실적은 영풍·MBK 연합이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한 이후 처음 발표하는 경영실적이라는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조2066억원, 영업이익 149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39.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 줄었다. 고려아연 측은 스스로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과 시설 보수 비용을 반영한 상황에서도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아연 생산을 비롯해 고려아연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풍 역시 동일한 경영 환경 속에서 비슷한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렸다. 이날 발표된 영풍의 실적이 고려아연에 비해 눈에 띄게 미흡하면서 주주들의 평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영풍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935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4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분기 432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상황에서 그나마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80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169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영풍의 핵심 사업인 석포제련소의 경우 각종 환경오염 관련 제재와 중대재해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평균 58.4%에 그치고 있어 실적 악화가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지난해 평균 80% 수준에서 급격하게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MBK와 손잡고 자신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보다 더 잘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으로 M&A를 시도하고 있는만큼 이번 3분기 실적 개선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을 것"이라며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양측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비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관계자는 "영풍은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혁신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환경개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에 환경개선 혁신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당연히 수치적으로 보이는 실적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은 실적을 포기하고 매년 약 1000억원씩 투자할 정도로 환경개선에 진심"이라며 "현재 저조한 실적은 조만간 환경개선 혁신사업이 완료되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또한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고, 각종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며 기관과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