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채권'이라면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스마트해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보유가 확대되는 추세다. 2022년에는 10조원에 불과했던 개인 채권 보유액이 2024년 현재 5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채권개미를 위한 세레나데' 시리즈는 앞으로 2~3년, 금리가 증시를 지배하는 시대에, 금리에 대한 이야기를 투자 관점에서 쉽고 다양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트럼프 2.0, 불기둥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성당의 시대'라는 넘버로 시작합니다. 노트르담 성당의 웅장함과 인간의 꿈과 집념, 그리고 시대의 변화로 인해 강렬한 드라마가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줘요.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성당의 시대'로 열린다면, 트럼프 행정부 2.0에는 '불기둥의 시대'로 막을 열었습니다. 미국 대선 당일,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 당선 매우 유력'이라는 보도기사를 냈고, 금융시장은 오전부터 일제히 불기둥이 형성되었거든요.
미국채 10년 금리 (4.5% 임박, 전일비 +18bp), 달러인덱스 (105p, 전일비 1% 상승), 원/달러 환율 (1400원 임박), 비트코인 (1억원 넘음), 나스닥 선물 (3%대 상승) 등등.
대한민국에게 트럼프란 극도의 불안정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달라요. 투자를 하는 우리, 채권개미들은 트럼프가 가진 양면성, 국내 효과와 미국 금융시장의 효과를 나누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2.0을 '불기둥의 시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2기, 한국 경제의 미래는?
미래 예측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 사례를 통해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상황은 달라져도 사람의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기에,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재선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요? 지금부터 3초 만에 간단한 힌트를 확인해보세요. (타이머 켜고 정말로 해보세요. 3초면 충분합니다!)
첫번째, 경제 진단법
▷1단계: 한국 10년물 금리 (힌트: 3.03%)
▷2단계: 미국 10년물 금리 (힌트: 4.30%)
▷3단계: 한국금리-미국금리 (정답: -1.27%, 또는 -127bp)
두번째, 해석 방법
1)금리차의 부호
▷일반적으로 한국은 미국보다 신용등급이 낮아 금리가 더 높습니다. 그래서 한/미 장기금리 스프레드는 보통 (+)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현재 스프레드는 (-)로, 이는 미국의 경제 성장과 물가가 한국보다 훨씬 좋은 상황을 의미합니다. 마이너스 스프레드는 미국이 매우 좋거나 또는 한국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는 뜻하기 때문입니다.
2)금리차의 확대 or 축소 여부
▷보통 금리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채권 발행이 많거나, 성장률이 높거나, 물가가 높은 경우에 상승해요.
▷두 나라의 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은 이 네 가지 요소 중 최소 한가지 이상에서 큰 격차가 발생했다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금리차가 축소되면 두 나라의 상황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요.
현재 상황
미국 대선 이후, 한·미 장기 금리 역전폭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억할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2018년이나 2025년이나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여전히 새우등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과 미국의 경기 격차는 좁아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
트럼프 1.0 시대, 당시 저는 NH투자증권에서 미국 금리분석을 담당했는데요, 그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한·미 금리 디커플링'이었습니다. 즉,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따로 놀았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고성장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8차례 인상하였습니다. 그 결과 미국 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갔어요. 반면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저성장에 대한 불안이 높아졌어요. 기준금리 인상이 2차례에 그쳤고, 국채 금리는 당연히 미국보다 낮은 수준에서 지속되었어요.
트럼프 2.0 시대는 1.0 시대와 핵심 공약, 경제 환경, 통화정책 환경이 모두 다르지만,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양국의 성장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를 줄이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한·미 금리가 붙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글로벌리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겠죠.
두 번째는, 한국이 미국의 성장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수출로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내수라도 일으켜서 돈이 빨리 돌게 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이 경우, 단기적으로 더 큰 환율 상승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한·미 장기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되는 시간을 버텨야 정상화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첫번째 일은 한·미 금리차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일이고, 두번째는, 만약 금리차가 축소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금리차가 좁혀지는지를 확인하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최근 경제부총리는 "달러원 환율 1400원은 대한민국의 뉴노멀"이라고 말했습니다. 2020년 이전 우리나라 달러원 환율의 평균 수준이 115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2.0을 현명하게 대처하여 경제부총리의 말이 부디 틀리기를 바랍니다.
채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혜영 칼럼니스트는 16년간 금융회사에서 영업(동부증권, NH선물),리서치(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운용(미래에셋증권) 직무 경험을 통해 주식, 외환, 채권 관련 실무를 섭렵했다.
대기업 전략기획실 리서치팀장(CJ대한통운)을 거쳐 현재는 1인 기업(영앤그로우, 콘텐츠 창작업)과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프로들의 금리 공부방'을 운영 중이다.
[저서] 주식은 모르겠고 투자는 하고싶어(포레스트북스, 2021년)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