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채권'이라면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스마트해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보유가 확대되는 추세다. 2022년에는 10조원에 불과했던 개인 채권 보유액이 2024년 현재 5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채권개미를 위한 세레나데' 시리즈는 앞으로 2~3년, 금리가 증시를 지배하는 시대에, 금리에 대한 이야기를 투자 관점에서 쉽고 다양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구혜영 칼럼니스트
구혜영 칼럼니스트

◇가을이 오면

계절의 변화가 빠르다. 선선한 바람결을 느끼며 '아! 가을인가?' 즐기는 것도 잠시, 저녁 6시면 하늘이 어둑어둑하고, 저녁 산책길에는 얇은 점퍼 하나 더 입어야 안심이 된다.

금융시장에도 계절이 변화가 느껴진다. 증시에도 4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이 존재하는데 어느덧 가을의 색채가 짙다. 각 국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었고 성장 경로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다. 

나의 경험상 가을의 시작은 항상 그랬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는 방향은 확실해진 반면, 금리인하 이후 경기경로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곧 다가올 리세션(경기침체)을 경고하고, 누군가는 골디락스(더하거나 뺄 것 없이 좋은 상황)라고 말한다. 

자연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흐르지만 금융시장의 계절은 순서대로 흐르지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경제의 펀더멘털은 계절의 순서를 따르지만 투자자의 심리는 앞서가거나 뒷선다. 그래서 우리는 심리와 펀더멘털을 구분하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골디락스일까? 리세션 초입일까?

증시의 사계절 /자료='주식시장 흐름읽는 법'(우라가미 구니오 저, 한국경제신문)
증시의 사계절 /자료='주식시장 흐름읽는 법'(우라가미 구니오 저, 한국경제신문)

◇어떤 지표를 눈여겨 봐야할까?

경제뉴스를 보면 가끔 헷갈린다. 어떤 때에는 '고용'이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때에는 '성장'이, 또 어떤 때에는 '심리지표'가 중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경기를 설명하는 경제지표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경기선행지표는 경기변동보다 6~12개월 먼저 움직이는 경제지표다. 대표적으로 주가지수, 장단기금리차, 제조업지수(PMI), 소비자신뢰지수 등 8개가 있다.

경기동행지표는 현재의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경제지표다. 대표적으로 GDP성장률, 산업생산지수, 고용지표, 소매판매 등 7개다. 

마지막으로 경기 후행지표는 지나간 경기 흐름을 확인하는 경제지표다.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 임금상승률 등이 7개가 포함된다. 

위에 소개한 경제지표를 다 합하면 22개다. 경제상황을 분석하려면 스무개가 넘는 경제지표를 봐야할까? 투자가 본업이거나 분석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반드시 모든 경제지표를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는 그 중에서 계절이 특징을 잘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표를 살피는 것이 효과적이다. 

봄은 경기 회복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첫번째 시그널은 기업 수익성에서 나타난다. 실적 전망 컨센서스(애널리스트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기 시작하고, 실제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 두번째 시그널은 고용지표의 개선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고용지표가 시차를 두고 개선된다. 고용이 개선되면 가처분소득 증가, 소비 확대 등의 기대를 형성한다. 세번째 시그널은 낮은 금리다. 기준금리 인하는 멈추었으나, 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고, 낮은 조달비용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소비 및 투자가 늘어난다. 

여름은 경기 확장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GDP 성장률이 개선되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고점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업들은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형성되어 금리는 서서히 오른다. 그러나 금리의 상승은 성장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비용보다 높은 성장이 지속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 시그널로 해석되어 증시에서는 반가운 재료가 된다. 

가을은 경기 둔화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GDP 전망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점점 숫자도 낮아진다. 기업들은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하고, 특히 경기 민감 산업에서는 실적 전망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된다. 소비자들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지출을 줄이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 금리 상승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주고, 기준금리가 인하된 이후에도 심리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겨울은 경기 침체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GDP 성장률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하고, 실업률 상승이 두드러진다. 소비자물가는 하락하여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외에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 자산매입 등)을 내놓는다. 그러나 투자자 심리는 여전히 얼어 있으며, 호재가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계절별 핵심 경제지표 /자료=구혜영 칼럼니스트
계절별 핵심 경제지표 /자료=구혜영 칼럼니스트

◇지금 우리가 할 일

가을에는 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일분부는 환절기 특징을 기억하여 사전에 마스크를 쓰고 대비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 결과,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감기가 가볍게 지나가거나, 심한 경우 폐렴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의 가을도 마찬가지다. 경기 둔화에 대비해 우리의 '면역력'을 점검하고, 미리 예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가 둔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경기 판단과 투자 심리를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 보다는 방어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수익률보다는 원금 회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다음 계절을 주시해야 한다. 펀더멘털의 변화가 겨울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심리적 변화로 봄이나 여름으로 전환되는지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채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혜영 칼럼니스트는 16년간 금융회사에서 영업(동부증권, NH선물),리서치(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운용(미래에셋증권) 직무 경험을 통해 주식, 외환, 채권 관련 실무를 섭렵했다.  

대기업 전략기획실 리서치팀장(CJ대한통운)을 거쳐 현재는 1인 기업(영앤그로우, 콘텐츠 창작업)과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프로들의 금리 공부방'을 운영 중이다.

[저서] 주식은 모르겠고 투자는 하고싶어(포레스트북스, 2021년) 

구혜영 칼럼니스트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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