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보유 애플 주식 올 들어 절반 매각…현금 보유액만 377조원
미 경제 전반, 지나치게 높아진 증시 가치에 대해 점차 경계하는 듯
"버핏 회장이 상장주에 매력적인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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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자',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3·사진)이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을 무려 2769억달러(약 377조원)로 늘리고 애플 지분 절반 가량을 매각했다.

이와 관련해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버핏 회장이 주식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버크셔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6월 말 현재 842억달러 상당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지분은 1743억달러에 상당했다. 6개월 사이 보유 지분 가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버크셔의 2분기 실적 발표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인 버핏 회장이 미국의 경제 전반, 또는 지나치게 높아진 주식시장의 가치에 대해 점차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식 매도와 막대한 현금 보유액은 버핏 회장이 적정 가격에 좋은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주가는 더 비싸졌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최근 12개월 동안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의 거의 21배에 거래됐다.

이는 20년 평균인 약 16배를 웃도는 것이다.

버크셔의 2분기 실적 발표는 뉴욕 증시의 나스닥지수를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만든 증시 매도세와 미약하기 이를 데 없는 고용보고서가 나온 이후의 일이다.

이는 미 경제 활동에 대한 우려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하를 너무 오래 미뤘던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로 이어졌다.

지난 2일 뉴욕 증시는 이틀 연속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매를 경험했다.

전날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 이후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면 이날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는 고용시장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4.1%를 웃도는 수치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느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 17만6000명 증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직전월 수치인 17만9000명 증가와 비교해도 고용시장 냉각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이렇듯 고용불안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빠르게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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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의 대규모 주식 매각 및 사상 최대 현금 보유 사실은 미국의 경기하강 우려가 커진 가운데 드러난 것이어서 더 이목을 끌고 있다.

CFRA리서치에서 버크셔를 담당하고 있는 캐시 시퍼트 애널리스트는 "버크셔 전체의 그림과 거시경제 데이터만 봐도 버크셔가 방어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 6월 30일 기준 2769억 달러로 이보다 3개월 전의 1890억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버크셔가 755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한 영향이 크다.

버크셔는 애플 주가가 23% 상승하자 1~3월 매각한 1억1500만주에 더해 2분기 들어 약 3억9000만주의 애플 주식을 또 팔았다.

버크셔는 6월 30일 기준 842억달러 상당의 약 4억주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는 2분기에 7분기 연속 주식 매수보다 매도가 많았다.

게다가 자사주를 3억4500만달러어치만 매입했다. 이는 1분기 25억7000만달러에서 감소한 수치다. 7월 첫 3주 동안에는 매입이 없었다.

증권사 에드워드존스의 짐 섀너헌 애널리스트는 "버핏 회장이 자사 주식을 포함해 상장주에 매력적인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버핏 회장이 시장과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최소 300억달러의 현금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업이나 개별 주식을 찾을 수 없을 때 종종 쌓아두기도 한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4일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크셔의 현금 보유에 대해 언급하며 "그 돈을 쓰고 싶지만 리스크가 매우 적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식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그의 행보는 많은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가벨리펀즈의 맥레이 사이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버핏 회장이 "세계 최고의 주식 투자자"라며 "그는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놀라운 역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일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고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버핏 회장은 1965년부터 버크셔를 이끌어왔다. 부회장인 그렉 아벨(62)이 최고경영자(CEO)로 그를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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