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2월 대출 평균 신용점수, 927.5점…작년 10월比 11.7점↑
"고신용자 늘었기 때문"…"900점대 신용점수는 필수 조건 돼 버려"
높아진 은행 대출 문턱…카드사·저축은행으로 밀려 나는 고신용자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920점대를 상회한 지는 이미 오래됐는데, 최근 또다시 상승세다. 통신비 등 비금융정보를 점수에 반영하면서 고신용자가 늘어난 일명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 때문이다.
문제는 고신용자가 넘쳐나는 탓에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향하는 데 있다. 신용점수가 높은 금융소비자도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못 넘고 비싼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카드사, 저축은행으로 밀려나고 있는 처지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월 일반신용대출 신규취급 평균 신용점수는 927.5점으로 지난해 10월(915.8)보다 11.7점 높아졌다. 2022년 12월만해도 906점이었던 것이 지난해 1월 921.5점으로 뛰어올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 937점, 우리은행 937점, 신한은행 929점, KB국민은행 907점 순이다.
신용등급의 기준이 되는 신용평가사 KCB 점수 기준으로 1등급은 942~1000점, 2등급 891~941점, 3등급 832~890점, 4등급 768~831점이다. 보통 3등급까지 고신용자로 분류되는데, 2월 시중은행 평균 신용점수가 927.5점인 것을 고려하면 고신용 금융소비자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셈이다.
이같이 은행권 신용점수가 높아진 배경에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신용점수 900점을 넘는 인원은 2149만3046명으로 전체 평가 대상인 4953만3733명 중 43.4%를 차지한다. 통신비, 국민연금, 보험료 등의 납부 내역을 신용평가사에 등록해 신용점수를 올리는 금융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신용점수 조회나 퀴즈를 풀어 점수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대출을 내줄 때 자체적으로 기준을 상향한 부분은 없다"며 "요인은 외부에 있는데, 최근 고신용자가 늘어난 게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도 "요즘은 손쉽게 점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대출받을 때 신용점수가 높은 건 그냥 필수 조건이 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현장에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신용자가 많아져 신용점수만으로 신용평가를 진행하기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며 "리스크관리 측면을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존에 1금융권을 이용하던 고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신규 신용대출 중 800점대 이상 차주 비중은 전체의 20.9%에 달했다.
또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6조5412억원으로 2월보다 12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신용자가 받은 대출의 금리는 최대 13%대다. 1000만원을 빌린다면 130만원을 1년 이자로 내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고신용자가 은행에서 밀려나면 저신용자의 돈줄까지 마르게 된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금융소비자가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게 될 경우, 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던 중·저신용자는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