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미약품
사진=한미약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오는 28일 소액주주들의 표심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전에 반전' 경영권 분쟁 핵심은 상속세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5000억원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이슈는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모녀와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됐다. 

"지난 3년간 두 아들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요청했으나 매번 그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게 임 선대회장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의 입장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12.56%)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7.29%)을 중심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이 추진됐다. 송 회장 측 시나리오는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7703억원)를 인수하고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 지분 10.37%를 취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남인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12.15%)과 차남인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7.2%)은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통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합 측의 모녀의 지분이 19.85%, 반대하는 형제의 19.37%로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0%)이 현재 경영권을 가진 송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장남은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임 선대회장의 고교 후배로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를 지지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모녀 측과 가족, 재단 등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35%다. 형제 측과 가족 등이 보유한 지분은 28.4%로 열세였지만, 신 회장의 12.15% 지분이 가세하며 양측은 35%, 40.57%로 입장이 바꿨다.  

지난 26일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났다. 국민연금의 7.66%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가 아닌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 42.66%대 40.57%로 전세가 역전됐다. 

지난 25일 오후  한미타워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질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한미타워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질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미그룹, '내부 결속'으로 뭉치는 중

한미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지난 25일 해임시켰다. 

한미그룹은 "두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의 명예를 손상키는 행위를 지속해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치열한 경영권 다툼 속에서도 내부 결속은 다지는 중이다. 한미그룹 본부장 및 계열사 대표는 이날 모녀의 결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한미 사우회 역시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미 사우회는 전체 의결권 중 23만주인 0.3%를 가진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조직이다. 

이밖에도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윌리엄 라이스 앱토즈 CEO "한미-OCI 통합은 묘수"라며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이종결합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힘을 보탰다.  

지난 26일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기각해 모녀에게 힘을 보탰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키맨, 한미 OCI 통합에 반대…임종윤 장남 지지

수세에 몰리던 장남 임종훈 전 사장은 신동국 회장의 12.15% 지분을 얻으며 구심점을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의 의사결정에 개인 회사처럼 활용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의 지분이 통합 찬성 의결에 활용되는 점도 비판했다.

또한 그는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추진에 대해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가 아닌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ESG평가원은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상정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창업주 아들 측의 주주제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임 전 사장은 법원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임시적인 조치로 항고하겠다"라며 "본안소송을 통해서도 이번 결정의 부당성에 관해 다투겠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소액주주 16.77% 표심

최종 결정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16.77%의 표심이 결정한다.   

국민연금이 송 회장 편에 서 지분이 42.66%로 높아졌지만, 형제 측(40.57%)과의 차이는 2.09%포인트밖에 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의 승자보다는 어느 쪽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가처분 결정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통합의 정당성과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진정성도 인정받게 됐다"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더 받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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