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34.9% 이자도 못 갚아...고강도 신용위험 평가 진행

시중은행들이 '좀비기업 솎아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외부 악재들이 한꺼번에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의 연쇄 도산, 금융권 부실 확산 등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보고 대비에 나선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 역시 여러 차례 한국 경제의 기업 부채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지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2000곳에 이르는 중소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약 1600개)보다 20%가량 늘어난 규모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세부 평가를 마치고 최종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선별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기업은 워크아웃에 착수해야 한다. D등급 기업은 자금 지원이 끊겨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수는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은행권은 지난해 C등급 54곳, D등급 71곳 등 총 125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적 기준으로 628개 비금융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의 비율은 34.9%에 달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도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촉진을 한국 경제의 위험 관리 정책 중 하나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한계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이때 실업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며 "구조조정과 함께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