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이라고 해도 대표지수에 편입된 종목이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있다. 해당 지수를 대표한다는 뜻이다보니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게 된다. 지수를 추종하는 금융상품이 있어 기관과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는다. 그 결과 지수 구성종목에 편입될 경우 수급의 질부터 달라지기 마련이다. 호재도 이런 호재가 없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수 편입과 관련해 화제가 된 종목이 있다. 바로 금양이다. 금양은 고무와 합성수지에 사용되는 발포제를 생산하는 업체로 최근에는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홍보이사의 직장으로 화제가 된 곳이다.
박 전 이사는 회사 재직 당시 각종 유튜브 등에 출연해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주식매수를 추천하며 자신의 회사는 물론 에코프로 등 일부 종목의 상승세를 지휘하던 인물이다.
금양은 이런 이유 등으로 최근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화제가 된 종목이다. 최근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100위권에 진입했다. 1년 전만 해도 500위권에서 머무르던 종목이었다.
주가 상승의 효과는 굉장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금양을 새로운 코스피200 구성종목에 편입했다. 변경된 코스피200은 오는 6월 9일부터 운용된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품이라면 저 날짜 이전에 금양을 매수해야 지수를 제대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가총액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지수에 편입하는 현재의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금양의 시총이 높아진 것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묻지마투자'가 원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양은 배터리 관련 회사로 투자자에게 알려져있다. 그런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실제 회사를 들여다보면 금양은 배터리 회사가 아니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금양은 아직 배터리 관련 매출도 없으며 향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연구개발비 사용처를 살펴봐도 전액 발포제 연구에 사용하고 배터리 연구를 위해 지출한 비용이 없다.
주가를 오르게 한 이슈를 살펴봐도 수상한 구석이 많다.
지난해 금양은 콩고에 리튬광산을 공동개발하겠다고 해서 주가가 오른 바 있다. 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보니 콩고에 설립한 투자회사의 자산 규모는 약 200만원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금양은 해양 전용 수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주주들은 이 역시도 주가 상승의 소재로 활용했다. 해당 사업을 한다는 금양의 자회사 금양이노베이션의 직원 수는 단 4명이다.
몽골의 한 리튬광산을 인수하겠다는 소식도 전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아직 리튬채굴을 위한 타당성 조사도 안 한 상태다.
부산에 짓겠다는 배터리 공장은 알고 보니 자동차용 배터리가 아니라 장난감이나 전동공구, 디지털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소용량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순이익 규모는 10억원도 안되지만 이 소식으로 오른 시총은 수천억원이다.
이런 수상한 지점을 한국거래소가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정이 그렇다고 한다. 금양 정도 주가가 올랐고 거래가 이뤄지는 종목이면 코스피200에 '묻지마' 편입하는 것이다.
거래소는 과거에도 문제가 많은 종목을 규정 때문에 코스피200에 편입시켰다가 구설에 오른바가 있다. 바로 알앤엘바이오다.
지난 2013년 코스피200 구성종목이던 알앤엘바이오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대상이 된 바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2010년 코스피200에 편입됐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금양이 떠오른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한 수많은 소식을 보도자료 등을 이용해 배포하며 주가를 올리다가 결국 코스피200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알앤엘바이오는 결국 줄기세포 추출배양 행위의 적법성,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의 적정성 등에 문제를 드러내고 상장폐지된다. 거래소는 상폐 직전에 알앤엘바이오를 코스피200에서 제외시켰지만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이 묶인 뒤였다.
이 과정에서 CEO였던 라정찬 회장은 횡령과 배임, 관세 포탈, 무허가 의약품 판매, 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있은 뒤에도 거래소는 코스피200 편입 방법에 대한 개선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양의 지수 편입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한편 금양은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종목 편입에는 실패했다. 시총은 충분하지만 주가가 너무 '급등'했다는 게 편입 실패의 이유다. 현재 주가를 8월까지 유지한다면 향후 MSCI 정기변경의 편입이 가능하지만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코스피200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선진지수가 되려면 이 정도의 안전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제2의 알앤엘바이오 사태가 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