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 SVB 사태로 피해
부동산·지수 등 해외투자 안전성 점검해야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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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개인과 기관의 해외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해외자산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으로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이나 지수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는 해외 투자자산에 대해 선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홍보했다. 수익성도 높아 불황에 빠진 한국 시장을 벗어나 '알파'를 추구할 수 있는 투자처로 소개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당장 미국 금융시장을 뒤흔든 SVB 사태에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2022년 12월 말 기준 SVB파이낸셜 그룹 주식 10만795주를 보유 중이다. 당시 기준 2320만달러로 한화로 3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는 직접운용에만 해당하는 규모로 위탁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의 SVB 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2021년 말 기준 3624억원에 달한다.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도 SVB에 투자했다. 한국투자공사는 2022년 12월 말 기준 SVB파이낸셜 그룹 주식을 2만87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462만2000달러, 약 60억원이 넘는다.

한국투자공사는 미국정부로부터 폐쇄당한 SVB에 이어 두번째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주식도 9만1843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1058만달러, 우리돈 138억원에 이른다.

해당 자산은 주가 폭락에 따른 손실은 물론 아예 거래 정지로 회수가 불가능할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해외자산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최근 수년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부동산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체자산운용이 미국 워싱턴에서 운용한 부동산 리츠가 손실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 당시 기대 수익률은 7% 수준이지만 손실률 50%가 임박했다.

이밖에도 당초 기대했던 수익률에 크게 못미치거나 아예 손실을 입고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상품들은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의 빌딩이나 상업용 건물에 투자한 것으로 투자 초기에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전쟁 등 재난을 이유로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다. 국내 증시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증시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놓았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관련 ETF의 상장폐지를 최근 진행하고 있다. 

해당 ETF에 대한 거래정지 결정이 실제 위험징후에 비해 상당히 늦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재규 한투운용 사장의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이처럼 해외자산은 금융투자업계가 홍보하는 것보다 안전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자산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정보 습득이 국내 자산보다 늦고 대처도 그에 따라 늦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펀드 손실과 관련해 민사 소송과 금융감독원 민원을 제기한 일도 해외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사건이다. 롯데손해보험은 메리츠증권이 지난 2019년 1월 미국 텍사스주 소재 발전소 관련 투자 펀드를 판매하면서 담보구조의 위험성과 발전소 현금흐름의 민감성 등에 대해 고지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는 공격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현지 자산에 대한 정보는 검색하고 활용하기에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며 "해외 투자를 진행하는 업체가 지금보다 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평가하고 상품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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