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유출 관련 지침 없어…정부 차원 가이드라인 필요
"소비자, 정보 타인 제공 가능성 인식할 장치도 마련해야"

보험사들이 새 먹거리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장하는 가운데 민감한 개인데이터 활용을 대비해 이용자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보험사들이 새 먹거리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장하는 가운데 민감한 개인데이터 활용을 대비해 이용자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가 헬스케어를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서비스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비스 확대로 보험사에 모이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상품 개발 및 고도화를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사업도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민감한 개인의 건강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할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보험사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서비스도 강화하는 추세다. 신한라이프와 KB손해보험은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했고 올해 애플, 공무원연금공단 등 협업 제휴사를 늘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자체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편했고 삼성생명, NH농협생명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처럼 서비스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보험사 CEO들은 올해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신사업 영역으로 '건강관리 서비스(31.8%)'를 가장 많이 꼽았고 '간병·요양서비스(22.1%)'가 바로 뒤를 이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핵심 신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의 걷기, 식단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참여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가 많다. 최근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를 기반으로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을 분석해 질병 위험도를 진단하고 건강점수를 산출하는데 건강점수별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등록하거나 정보를 입력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은 큰 부담 없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고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건강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건강 데이터는 활용도가 큰 자원이다. 보험사는 집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상품을 개발하거나 위험률을 더 정교하게 산출하는 한편 마케팅 대상을 보다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데이터 3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상업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서는 가명 정보를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어 활용도는 더욱 높아졌다.

장기적으로 쌓인 데이터양이 많아지면 보험사가 건강 데이터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될 수도 있다. 성장성 정체에 시달리는 보험사에 건강 데이터가 여러모로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감한 개인 건강 정보 유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도 보험사가 향후 건강 데이터를 거래하거나 활용하는 단계에서 정보 주체인 이용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는 일반 보험가입자와 헬스케어 가입자의 데이터를 분리하는 등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재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이를 얼마든지 기업의 입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종섭 고려대 전자 및 정보공학과 교수는 "건강 데이터는 가명 정보를 처리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되는 과정에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는 데이터가 새 나가지 않도록 관리 기준을 세우고 운영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보 주체가 활용 상황을 판단할 근거를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학과 부교수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타인에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정보의 '마케팅 정보 이용 동의'와 같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추가적 동의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탈퇴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앱만 삭제할 경우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건강정보가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개인의 민감정보는 보험사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자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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