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짧고 실적 좋아 임기 보장 가능성
"문재인 정부 사람"…여권 불편한 시각 변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후 국책은행 수장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경영실적이 좋은 데다 남은 임기가 길지 않아 완주 가능성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 사람이란 꼬리표 탓에 자리를 계속 보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7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당초 윤 행장이 내정됐었지만 자진사퇴했고 방 행장이 낙점받았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방 행장이 국무조정실로 가면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국책은행 수장 가운데 윤 행장만 남게 됐다.

기업은행의 실적만 놓고 보면 윤 행장은 앞으로 6개월가량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기업은행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6597억원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교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책은행장은 정부와 손발을 잘 맞출 인물이 앉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국무조정실장 인선 과정에서 윤 행장에 대한 여권의 곱지 않은 시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행장을 지지했지만 국민의 힘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이력을 문제 삼으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국민의 힘의 지향점과 다른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인사를 요직에 앉힐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힘의 입장에서 윤 행장은 현 정부와 호흡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방향의 길을 걷는 인물인 셈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지만 여권의 분위기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이 되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새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 수장을 물갈이하면서 기업은행만 그대로 놔둬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게다가 기업은행장은 연봉이 4억원 정도로 공공기관 중 높은 편이라 내외부에서 관심을 두는 인사들이 많은 자리로도 알려져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를 보장받을 수도 있지만 윤 행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마평도 흘러나온다. 윤 행장 후임으로는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이사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이사 등이 거론된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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