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정치 상황, 치솟는 실업률…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전망
잇따른 중국 대어 기업공개(IPO) 소식에 활기가 넘치는 홍콩 증시와는 달리 정작 홍콩은 불안한 정치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등으로 경제·사회가 울상을 짓는 모습이다. 해외 망명이 잇따르고 실업률도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범죄인 송환법' 시행 등과 불안한 사회분위기를 피하고자 해외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지로는 호주를 원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홍콩에서 호주 망명을 신청한 사람은 2018년 50명에서 지난해 120명, 그리고 올해는 9월까지 136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이들로 알려졌다. 반정부군 상황도 좋지 않다. 28일에는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홍콩 경찰을 피해 신변 보호를 요청한 홍콩 반정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 일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SCMP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홍콩보안법이 인권탄압이라면서 중국을 압박했던 미국마저 돌아선 것일까. 미국 총영사관 측은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입장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불안한 정치 상황 못지 않게 홍콩의 경제도 참담하다.
홍콩 재정사(財政司) 사장(司長)은 지난 25일 "최근 상황으로 미뤄 이미 4분기 연속 홍콩 경제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아직도 쇠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홍콩 경제를 표현했다.
최근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홍콩 실업률은 6.4%에 육박,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 26만명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 관광업 등이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받으면서 해당 업종의 실업률은 11.7%에 육박했다. 10명 중 한 명 꼴로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 외 다른 업종의 상황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관광이 중단되고 식당이 문을 닫는 일수가 늘어난 것이 홍콩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홍콩 관광 당국이 19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9132명(연인원)에 불과했고 1~9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도 연인원 355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92.4% 감소했다.
홍콩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항공(國泰航空)은 지난 21일 전세계적으로 전체 직원의 24%에 해당하는 8500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이 중 5300명은 홍콩 내 근무 직원이 대상이다. 코로나19로 항공운행이 중단돼 수익이 급감함에 따른 결단으로 항고사 측은 "인력 감축은 분명히 마음 아픈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조치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의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과 취업난은 4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으로 올해 실업률이 7%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경제 전망에도 당연히 먹구름이 끼었다.
홍콩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올해 홍콩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7%사이에서 -6~-8% 사이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이는 올 4월 이래 홍콩이 두 번째로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자 홍콩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의미다. 심지어 지난 1998년과 2009년보다도 감소폭이 훨씬 가파를 전망이다. 1971년 이후 홍콩은 1998년, 2009년, 그리고 지난해인 2019년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는데 각각 -5.9%, -2.5%, -1.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홍콩 정부가 구제자금으로 다양한 분야에 3000억홍콩달러(약 43조7800억원)가 넘는 자금을 쏟아붓기는 했으나 홍콩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 등도 우려된다.
이에 홍콩 내부에서는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확산이 거의 통제되고 경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홍콩과 중국 본토의 인적, 물적 거래가 다시 이뤄지는 '내부 순환'이 다시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외부 순환'이 막혀 있는 지금 홍콩 경제에 활기와 회복의 기운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