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놓고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두(콩)와 돼지고기를 비롯한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양강(G2)의 갈등 수위가 더 높아지면, 지난 1월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가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 관리들이 중국 최대 국영 식품회사인 중량그룹(COFCO)과 중국비축양곡관리공사(Sinograin) 등 주요 국영기업에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 일부에 대한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주문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취소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영기업 외에 민간기업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중단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또 다른 소식통은 귀띔했다.
중국의 이번 수입 중단 조치는 지난 1월 미·중 양국이 힘겹게 도출한 1단계 무역합의가 위기에 처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달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재차 강조했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중단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맞서 대중 비난 수위를 높인 뒤 나온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지만, 구체적인 조치나 시간표는 거론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깨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 1월 합의는 2년간의 무역전쟁 끝에 도출한 것으로 합의 파기는 지난한 무역전쟁의 재발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다시 충돌하면 그야말로 '신냉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들도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을 자주 거론하고 있는 데 반해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를 통해 "(미·중 무역합의가) 우선은 계속돼야 하고 거기서 진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올해 1단계 무역합의 일환으로 미국산 농산물 365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 1분기에 사들인 미국산 농산물은 33억5000만달러어치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7년 이후 최소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통제권에 든 중국에서는 최근 경제 재개와 함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급격히 늘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5월 들어 불과 2주만에 미국산 대두 100만t 이상을 사들였다며, 미국산 대두유와 에탄올까지 구매한 건 보기 드문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다시 고조된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 대두를 사들이면 상품(원자재)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