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560억원 감소…영업익 전년比 20.5%↓
AB인베브 인수 후 수년 간 1조9000억 챙겨가

오비맥주 '카스'

오비맥주 매출이 4년만에 역성장했다. 주류 시장 침체에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테라' 돌풍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주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올해 실적 또한 순탄치 않을 전망으로 맥주 시장 순위 변화도 점쳐진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 1조5421억원, 영업이익 40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2%, 20.5%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2743억원으로 2018년(3805억원)에 비해 27% 하락했다.

오비맥주의 매출 성장세가 꺾인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오비맥주의 실적 악화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주류시장 위축과 원자재 비용 상승, 업체 간 출혈경쟁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 주52시간제의 시행으로 '비(非) 회식 문화'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맥주시장은 전년 대비 7%가량 쪼그라들었다. 반면 인건비와 맥주 원재료 가격 등 비용은 증가했다.

업계는 오비맥주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3일 카스를 생산하는 청주 공장의 가동을 4주간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감소로 재고 적체가 심화 됐기 때문이다. 생산 이외에 설비·출하 등의 업무는 유지한다.

청주공장은 주로 유흥·외식업소에 들어가는 업소용 카스를 생산한다. 오비맥주 측은 올해 초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흥·외식업 측 주류 판매량이 급감해 업소용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청주공장 생산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청주공장은 업소용 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인 데다가 강원, 충청도 등 중부 지역에서 제품이 소진되는 속도가 더뎌져 이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맥주가격을 소폭 인상했다가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다시 가격을 내린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락가락하는 가격 정책에 소비자 불신과 주류도매업체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시장에서 히트를 치면서 맥주시장 점유율을 일부 앗아간 점도 오비맥주로서는 부담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오비맥주는 2년만에 배당을 실시했다. 직전 배당을 실시했던 2017년 3450억원을 훌쩍 넘어선 4390억원을 배당했다. 매출 감소에도 배당금을 27.2%나 늘린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상감자를 통해 3500억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2년 동안 1조10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셈이다. 앞서 2015년 3700억원, 2017년 3450억원을 포함하면 약 1조9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모회사 AB인베브로 흘러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작년 국내 맥주시장 침체로 전체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성장세가 좋았던 2018년과 작년 상반기 수익을 기준으로 해 2017년보다 340억원 가량 더 많은 금액이 책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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