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명목상 지분구조와 함께 주주 영향력도 심사 예정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은행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탄생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연내 한두 곳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은 23년만에 새로 인가되어 출범하는 은행인 데다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참여 경쟁이 치열하다.

그간 준비 단계에서 참여를 선언한 컨소시엄은 인터파크뱅크 그랜드·KT·카카오뱅크·500V 컨소시엄 등 4곳이다. 세부 구성을 발표하지 않은 500V 컨소시엄 외에 나머지 3곳만 해도 참여기업이 30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참여가 많은 데다 4~10%씩 나눠 갖는 형태의 컨소시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명목상 지분구조뿐만 아니라 산업자본에 대해선 실질적인 영향력까지 따질 방침이다.

 

◇ 1금융권 + 2금융권 + ICT + 유통기업 결합 다수...참여기업 늘어날 예정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참여의사를 공식화한 주도기업은 인터파크뱅크 그랜드·KT·카카오뱅크·500V 컨소시엄이다.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과 KT 컨소시엄이 공개한 주주는 각각 10곳, 13곳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 등 핵심주주만 공개한 상태다. 500V 컨소시엄은 중소벤처기업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들 컨소시엄은 대부분 참여기업이 추가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다.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과 KT 컨소시엄의 주주구성은 비슷하다. 1금융권, 2금융권, 통신사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유통 기업이 결합된 형태다.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이 참여한다. 증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NH투자증권, 현대증권이 나선다. 이밖에 현대해상, 한화생명과 같은 보험사와 웰컴저축은행 등도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다.

 

◇ 4대 컨소시엄이 내세우는 지향점과 강점

이들 컨소시엄이 밝힌 인터넷은행의 지향점은 비슷하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혁신적이고 다양한 서비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한 서비스 등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부응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은 고객의 모든 생활영역 전반에서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는 '디지털 라이프 뱅크'를 지향점으로 밝혔다. 고객이 돈을 쓰고 모으는 모든 생활영역을 포괄하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다.

KT 컨소시엄은 편의점, 복지포인트, 결제대행 등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간의 융합을 추진해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이 운영 중인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의 노하우, 현대증권의 투자자산관리 노하우 등을 확보해 은행업에 맞춤형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500V 컨소시엄은 인터넷은행을 '핀테크 기업을 담는 그릇'으로 바라보고 접근해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이라는 '합법적 울타리'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핀테크 기업의 성장과 상생을 도모하는 금융혁신의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 탓에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최다 모바일뱅킹 가입자를 확보한 KB국민은행, 금융투자업의 강자인 한국투자금융, 모바일 플랫폼 사업의 선두주자인 카카오 등 핵심주주 구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모바일뱅크 모델을 공동 설계하겠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 연대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울 예정이다.

 

◇ 주주 실질 영향력도 따진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주 보유한도는 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주력자는 10%, 비금융주력자는 4% 다.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금융주력자는 100%까지, 비금융주력자는 4%를 초과한 지분의 의결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10%까지 가질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는 전체 회사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 비중이 25% 이상이거나 비금융사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인 대상을 말한다. 이번 예비인가에 뛰어든 컨소시엄의 지분구조에도 이런 제도가 적용된다.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과 KT 컨소시엄은 비금융주력자가 대부분이므로 지분율 10% 이하로 참여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한국금융지주 50%, 카카오 10%, 국민은행 10%, 나머지 업체들이 10% 이하 지분율로 참여하는 구도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는 금융투자 쪽 금융지주사여서 지분 참여에 자유로운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10%에 그친 이유는 비금융주력자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4%를 초과하는 6%의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조건이 붙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인가심사 때 컨소시엄에 참여한 산업자본의 실질적 영향력도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인터넷은행 인가심사와 관련한 추가 질의·답변 자료에서 "은행법상 4% 이하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비금융주력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도 별도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세 가지의 사례를 소개했다.

△비금융주력자가 4%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10%를 취득하는 경우 △주주 간에 공동의결권 행사 약정으로 다른 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하고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대주주인 경우 등이 별도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4%를 초과해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빼고 실제 의결권 있는 주식만을 대상으로 주주별 실제 영향력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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