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 2위인 중국이 ‘달러 딜레마’에 빠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지, 말지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공포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서며 미국 국채 금리가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전 세계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과 상품을 투매해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사들이며 달러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지난 1월 기준 1조1000억달러로, 일본 다음으로 전 세계 2위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중국의 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샤오강 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최근 중국 관영 인민정협보를 통해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인쇄기의 전원을 켰다”며 “미국이 달러 패권을 오용해 자국의 경제 위기를 전 세계로 떠넘기고 있다”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했다. 

중국 경제학자인 런쩌핑도 미국의 양적완화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달러화 자산 보유량을 줄여야 한다"며 "대신 금,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토지, 농산품 등은 물론,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이 자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달러화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루정웨이 흥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고의 최우선 목적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라며 "또 현재 중국으로선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달러, 미국 채권, 금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마땅한 가치 보전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다.

리제 베이징 중앙재경대 연구원도 현재의 글로벌 유동성 위기는 미국 달러화가 중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며 "미국 국채 금리는 낮아지고 있지만, 달러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달러는 여전히 금보다 나은 좋은 투자처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공식적으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미국의 양적완화가 채권 가격을 흔들고 달러의 평가절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는 미국 국채 안정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 정부에 중국이 보유한 달러화 자산의 안정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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