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년만의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50bp) 전격 인하했다. 사상 첫 0%대 금리다.

한은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위축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이다.

이 총재는 16일 임시 금통위 직접 소집해 기준금리 '빅컷'(0.50%p 인하)한 뒤 설명회에서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모든 정책 대응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 밝혔다.

특히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어느때보다 크고 엄중할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의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바닥'까지 내려왔다. 금융권에서 추정하는 한국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연 0.75~1.00% 수준이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연 데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연준(Fed)의 깜짝 기준금리 1.00% 인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일요일인 15일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췄다. 지난 3일 빅컷을 단행한지 불과 11일 만의 추가조치다.

이로써 연준은 이달에만 기준금리를 총 1.50%포인트 내려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이다. 동시에 연준은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000억달러(약 843조5000억원) 규모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준의 일요일 긴급 회의는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이어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는 가운데 이미 마이너스 금리(단기 -0.1%)인 일본 중앙은행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금액을 기존의 2배인 12조엔(약 137조2000억원)으로 늘리는 유동성 공급방안을 내놨다. 이들 모두 글로벌 경기위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은도 빅컷을 단행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 목적 재정정책에 힘을 보탰다. 이 총재도 설명회에서 2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했던 2.1%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을 밝히며 경기위축 장기화를 우려했다. 그는 "현재로써는 숫자로 전망하는게 의미가 있지않고 가능하지도 않지만 전망치가 아래쪽으로 갈 리스크는 커졌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금리인하 조치 외에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현재 연 0.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하는 유동성 공급 추가 조치를 내놨다. 또한 향후 금융기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취약부문,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차입 비용을 가능한 큰 폭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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