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자사주 추가 매입 요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근 수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투자 실패와 코로나19 확산으로 말미암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유명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소프트뱅크그룹에 투자하며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13일 1년 동안 5000억엔(약 5조79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주식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프트뱅크 주가가 올 들어 20% 넘게 떨어진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전망까지 어두워지자 방어에 나선 것이다. FT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차량공유나 호텔 업계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 대상 기업을 집요하게 괴롭혀 ‘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엘리엇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지난달 6일 25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소프트뱅크그룹 지분 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손정의 회장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 200억달러(약 24조5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비전펀드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손 회장이 엘리엇 요구를 100%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적어도 어느 정도의 자사주 매입은 시행한 것이다. 엘리엇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자사주 추가 매입을 압박했다. 엘리엇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소프트뱅크의 이번 자사주 매입 계획은 심각하게 저평가된 주가를 올리기 위한 중요한 첫 발걸음”이라며 “(미국 통신 자회사인)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 이후 자사주를 더 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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