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전격 인하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다시 열면서 한국은행도 곧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통해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폭이 평소의 0.2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예상대로 되면, 현재 1.25%인 기준금리가 0.50%로 사상 처음 0%대가 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코로나19에 대응해 17∼18일께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처리가 17일에 예정된 만큼 재정·통화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쌍끌이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연준이 17~18일에 열 예정이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15일 긴급 회의를 통해 빅컷에 나서면서 한은도 임시 금통위 일정을 16일로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연준의 3일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며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하면서 이와 같은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한은은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에 대해 현재 금통위원들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중론을 고수해온 한은의 입장 변화는 지난 3일 연준의 금리인하 뒤 '실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 뿐이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급격한 금리인하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한은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과열 분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부동산시장도 부담으로 꼽힌다.

연준은 지난 3일과 15일에 FOMC 긴급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각각 0.50%포인트, 1.00%포인트 인하했다. 15일에는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도 재개하기로 했다. 양적완화는 장기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며 장기금리 등의 인하를 유도하는 통화완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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