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금융당국, 유상증자 최종 승인, 레노버·디디추싱 각각 32% 취득

현대해상화재와 중국 정보기술(IT) 공룡들 간의 합작이 최종 성사됐다.

중국 보험시장 내 입지를 넓힐 기회라는 게 중론이지만 지분율이 크게 희석된 만큼 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11일 중국증권보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전날 레노버와 디디추싱 컨소시엄의 현대재산보험유한공사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현대재산보험은 현대해상의 중국법인이다. 현대재산보험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레노버와 디디추싱, 이상디지털, 훙산야오성 등 4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에 따라 현대재산보험의 자본금 규모는 기존 5억5000만 위안에서 16억7000만 위안으로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지분율은 100%에서 33%로 낮아졌고 신주를 인수한 레노버와 디디추싱의 지분율이 각각 32%, 이상디지털과 훙산야오성의 지분율이 각각 1.5%로 정리됐다.

현대재산보험은 지난해 7월 은보감회에 유상증자 계획을 보고한 뒤 8개월 만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번 합작은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2007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해상은 경쟁이 치열한 중국 보험시장에서 악전고투를 벌여 왔다. 

2017년 821만 위안, 2018년 2329만 위안, 2019년 1608만 위안 등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흑자폭이 크지 않고 시장 점유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금융업의 특성상 자본금 규모가 클수록 영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현대해상은 현대재산보험에 증자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중국 내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여기에 세계 최대 PC 업체인 레노버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이 호응했다.

두 회사 모두 사업 다각화를 위한 보험업 진출을 꾀하는 중이었다. 레노버는 지난 2002년 궈민생명보험 등 다수 보험사의 지분을 취득한 적이 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되팔았다.

디디추싱도 2016년부터 보험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기존 보험사의 상품을 대리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넘어 종합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 중인 만큼 온라인 보험 판매 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중국증권보는 "IT 공룡과 외자 보험사가 결합해 더 큰 추동력을 획득하는 새로운 추세가 형성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현대재산보험에 대한 현대해상의 지분율이 지나치게 축소된 게 변수다. 구체적인 합작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분율에 따른 이사 선임 등의 조항이 있다면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현대해상의 중국 시장 철수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경영권을 넘기고 지분 배당을 받는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며 "최근 중국 금융당국이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게 중국 시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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