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낙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3%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빠르게 경제 팬데믹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한국과 일본 등 중국밖으로 확산하면서 경제 충격의 빠른 회복에 대한 희망을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격히 번지면서 금융시장 등에서는 이미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악화할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전방위 확산 '팬데믹'으로 가나

팬데믹은 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뜻한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가장 큰 피해를 인류에 안긴 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스페인 독감이나 2009년의 조류독감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팬데믹으로 분류된 바 있다.

다만 WHO는 아직 이번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이 바이러스가 팬데믹 가능성을 지니고 있느냐? 물론이다"라면서 "우리가 거기에 도착했는가? 우리의 평가에 따르면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그랜트손턴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트위터에 "(코로나19가) 보건학적으로는 아직 팬데믹으로 불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팬데믹"이라고 밝혔다.

금융서비스 그룹 레이먼드제임스의 수석 채권수익전략가 케빈 기디스는 "바이러스가 중국과 인접 국가로 제한됐을 땐 아시아 경제 문제로만 보였다"며 "하지만 이탈리아에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이제는 유럽의 문제가 됐고 아마도 세계적인 문제까지 됐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 3%대 급락...애플·MS·구글·페북도 무너져

이날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3%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1031.61포인트(3.56%) 하락해 2년 만에 1000포인트 이상 추락했고, S&P500지수(-3.35%)와 나스닥지수(-3.71%)도 급락했다.

특히 애플을 비롯한 뉴욕증시 대장주들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시가총액 '빅5'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시가총액이 이날 하루에만 2380억달러(약 289조3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애플은 4.75% 떨어졌고, MS는 4.31%, 아마존 4.14%, 페이스북 4.50%, 알파벳 4.29% 모두 4% 넘게 급락했다.

◇코로나19 공포에 안전자산 쏠림...연준 금리인하 기대도

공포감에 안전자산인 국채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수익률)는 1.377%로 0.093%포인트 하락하면서 기존 최저치(1.32%)에 가까워졌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온스당 1,600달러를 웃돌면서 초강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팬데믹 공포가 금융시장에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심리도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83%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50%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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