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제니의 유통why
[제니의 유통why]"아 옛날이여"… 법원 찾는 '패션업체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2.19 19:25
  • 댓글 0

#. 여성 편집숍 ‘트위(TWEE)’로 이름을 알린 티엔제이(TNJ)가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건다. 지난해 7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전환사채(CB) 상환 미이행으로 법원을 찾았으나, 법원으로부터 ARS회생절차 신청 취하 결정을 통보받아 기업자율회생에 나서게 됐다. 한때 온라인 쇼핑몰 ‘난닝구’ 운영업체인 엔라인과 비교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업체였지만 해외 적자가 부메랑이 되면서 부침을 겪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이었던 한인 의류업체 '포에버 21'이 미국 부동산 기업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사진=연합뉴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패션 의류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영악화로 부침이 계속되는 데다 해외 브랜드의 직접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간 유통상이나 국내 브랜드 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 때 기업을 대표했던 사업들까지 접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너도나도 줄도산… 법원행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카프와 손가방 등을 유통하는 예진상사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예진상사는 1975년 설립된 뒤 프랑스 발망과 엘르, 영국 닥스 등 유명 브랜드와 스카프 및 머플러 기술 제휴를 맥고 관련 상품을 생산해 온 중견 패션업체다.

위기에 놓인 것은 예진상사 뿐 아니다. 알만한 중견 의류업체들도 속속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트위로 알려진 티엔제이는 지난해 7월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가 기업자율회생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위 매장/사진=트위 홈페이지

티엔제이는 동대문 소싱 강점에 SPA 모델을 적용시킨 ‘트위’를 런칭,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으로의 확장에 나서왔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대형매장을 냈고 일본의 대표적인 도매시장인 니혼바시에 직영점을 내면서 글로벌 B2B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와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사업이 정체되며 부침을 겪었다.

아웃도어와 골프웨어 시장의 변화도 크다. 한 때 고성장을 이어왔던 시장으로 치열한 경쟁 끝에 극심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 ‘울시’를 전개 중인 비엠글로벌과 ‘이동수스포츠’를 전개 중인 이동수에프엔지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하반기에는 온워드카시야마코리아가 ‘23구골프’ 사업을 중단했다. 잔스포츠·디아도라 등의 브랜드를 독점 유통하던 네오미오 또한 지난해 7월 법원을 찾았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 ‘스위브’를 제작한 웨이브아이앤씨도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국내 첫 SPA브랜드로 불리는 ‘오렌지팩토리’를 만든 우진패션비즈와 관계사 프라브컴퍼니도 2016년 적자전환하면서 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7년 109억원 적자를 내며 보도가 난 뒤 2018년부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결국 지난해 3월 파산결정을 받았고 이후 패션전산시스템업체인 그린월드홀딩스에 인수됐다.

◆대기업도 못 버틴다… 연쇄 사업중단

대기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LF가 지난해 15년간 전개해왔던 아웃도어 ‘라푸마’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고, 케이투코리아도 2016년 런칭한 ‘살레와’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정리한다. ‘라푸마’는 한 때 5위권 아웃도어로 활약했고, ‘살레와’는 프리미엄 아웃도어를 지향하며 시장의 트렌드를 이끈 브랜드다.

지난해 초에는 화승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장이 일었다. 화승은 르까프, 케이스위스, 머렐 등 3개 브랜드를 전개 중으로 보유, 유통 수만 500여개에 달한다. 화승은 현재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상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 도소매업체가 어려움에 빠지자 의류 제조업체까지 법원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패션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만큼 한번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브랜드의 경우 이미지 쇄신이 쉽지 않아 선뜻 새 주인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악화… 의류 지출 먼저 줄여

업계에서는 경기 악화로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의류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이 필수재가 아닌 의류부터 지출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 돈 될 만한 옷들이 팔리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되면서 위기가 더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적인 요인도 있다. 경기 불황에 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급증하는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까지 겹치면서 도매업부터 빠른 속도로 매출 도미노 현상을 겪고 있는 것.

국내 패션 시장이 더 이상 성장성이 없는 시장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성장한 44조3876억원을 기록할 전망. 국내 패션시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후 5% 미만의 낮은 성장률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패션산업은 근본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며 “국내 브랜드들은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유통채널을 온라인에 집중하면서 활로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businessplus.kr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지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