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당시 나 회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와 국회 등에 정책 건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묘수'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출마 선언을 하고 대신증권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을 때 떠오른 단어다.

당시 연임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던 나재철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하는 금투협 회장이 되면서 명예까지 있는 꽤 괜찮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되고 대신증권은 대신증권에 입사해 사장이 된 뒤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끈 인물을 쫓아냈다는 오명 대신 끝까지 책임졌다는 미담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재철 회장과 대신증권이 주도적으로 판을 짠 것은 아니지만 여러 상황이 둘의 아름다운 이별이란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묘수가 됐다.

실직의 위기에서 벗어나 본인의 경험과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위치에 갔으니 금투협 회장 자리는 나재철 회장에게 게임의 변곡점을 만드는 '조커'가 된 셈이기도 하다.

최근 '라임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불완전 판매하거나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7월 말 기준 전체 라임 펀드 판매 잔액 중 20%를 넘게 팔았다. 라임 펀드가 돌려막기를 한다는 의혹이 나온 뒤에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면서 환매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 펀드와 관련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하향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배상금이 직접적으로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기도 하고 수익 창출의 근원인 소비자 신뢰가 훼손되면 중장기적으로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를 판매할 때도 환매를 말릴 때도 대신증권의 최고경영자는 나재철 회장이다. 그러나 현재 나재철 회장은 라임 펀드와 관련된 비판 등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라임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한 지점 차원의 문제라 회사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낸다.

대표이사는 본사의 일만 챙기고 책임을 지는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여러 번 양보해 상품 하나의 문제라고 해도 대표이사가 모르고 지나쳐도 될 정도라고 보기에는 판매한 규모가 너무 크다. 마찬가지 이유로 소수의 일탈이나 실수로 보기도 어렵다.

나재철 회장이 금융투자협회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을 이끌면서 회사의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노조와의 갈등이 심했는지 등을 모두 떠나 라임 펀드 사태만 놓고 봐도 그렇다.

라임 펀드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어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도 금투협 회장으로서 내놓는 의견에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지지를 받기 힘들게 너무나 당연하다.

전자라면 자신의 이력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후자라면 불을 지른 당사자가 화재 예방책(규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당국도 이런 상황에 있는 인물과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의 상황을 급 호전시킨 조커가 금융투자업계에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