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각사

국내 화장품 업계 양대 산맥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받아든 성적표에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7년 역신장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고 LG생활건강은 15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역사의 신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다.

◆LG생건 웃고, 아모레 울고… 엇갈린 희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2843억원으로 3.4%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이 5조5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278억원으로 전년 보다 11.2% 감소했고 순이익은 2104억원으로 37.2%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동력인 해외사업의 경우 타격은 더 컸다. 매출이 2조7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4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화장품 브랜드숍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519억원, 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뛰드의 매출은 1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185억원의 손실을 봤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멀티브랜드숍 등 국내 성장 채널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해외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후(왼쪽)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각 브랜드

반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또 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2005년 이후 15년 연속 성장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 6854억원, 영업이익 1조1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9%, 13.2% 성장했다.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했지만 화장품 사업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화장품 사업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7458억원, 897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5%, 14.7% 증가했다.

특히 대표 럭셔리 브랜드 후를 앞세운 숨, 오휘 등의 고급화 전략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후는 2018년 국내 화장품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는 2조583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숨과 오휘의 고가 라인인 숨마와 더퍼스트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더마화장품인 CNP도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속되는 내수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분쟁 등 국내외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0% 이상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 집중 전략, 올해 승자는? 

LG생활건강은 이 기세를 몰아 붙여 후·숨·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북미 시장 조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지난달 발표된 신년사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시아시장에서의 입점 채널을 다양하게 운영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북미시장 또한 기존 주요 브랜드의 매출 확대를 위해 신규 채널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유럽시장에서는 멀티브랜드숍을 적극 활용해, 스킨케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중이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파트너들과 적극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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