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연합뉴스

미련. 사전적으로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다'와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함'이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정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이 이혼한 뒤 아내의 주변을 맴돌며 집적거릴 때 옛 장인이 "자네는 무슨 미련이 남아서 자꾸만 이러는가"라고 하거나 남편의 친구가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인데 미련하게 뭐 하고 있냐"처럼 쓰입니다.

최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은 올해에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회장의 비서를 지낸 A씨는 이달 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판매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 전 회장의 최측근의 비서는 아시아나항공 상용판매팀으로 갔다고 합니다. 박 전 회장 주치의의 딸은 판매지원팀으로 갔습니다. 이 자리는 모두 소위 '꿀보직'으로 불리는 자리라고 합니다.

떠나는 마당에서 보은 인사를 한 것입니다.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도 가능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린 것에 대한 책임 의식도 없이 마지막까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며 지분경쟁을 예고했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지만 한진가의 입장에서 보면 내부에서 폭탄이 셈입니다.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 별세로 갑작스레 자리를 맡게 되면서 아직 그룹 장악력이나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조원태 회장 지배력의 분수령은 연임 건이 상정될 내년 주주총회입니다.

여기서 원래 우군으로 꼽히는 델타항공 이외에 더 많은 주주로부터 지지를 얻으면 지배력이 커지겠지만 반대라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 전 부사장이 폭탄을 터뜨리기 전까지 조원태 회장의 연임은 무난해 보였고 얼마나 더 많은 지지를 끌어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연임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설마 안 되겠느냐란 시각도 있지만 당장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만큼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주총 참석률을 80%로 가정했을 때 조원태 회장 연임에 필요한 지분율은 40% 정도인데 조원태 회장과 일가를 모두 포함한 최대 주주 측 지분과 델타항공의 지분을 더했을 때 39%입니다. 여기서 조 전 부사장 지분 6% 이상이 빠지면 조원태 회장은 그만큼을 확보해야 연임이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조원태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됩니다.

조 전 부사장이 이런 상황을 만든 이유는 누구보다 본인의 이익이 중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 전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큰 관심이 아닙니다. 다만 회사 일에 미련을 두기 전에 나라로부터 독점적인 시장을 보장받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앞서 옛 장인의 말 중 뒷 부분이 빠졌습니다. "양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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