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농협은행장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허인 KB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수장 인사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은 허 행장 이외에도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있다. 이 중에서도 이 행장의 연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이달 15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 및 연임을 논의한다. 이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12월 31일)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데 현재 금융권에선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행장은 이미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 행장은 올해도 NH디지털혁신센터를 발빠르게 온라인 환경 대응에 나섰고,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이어가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이런 이 행장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빠르게 디지털화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가장 적한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실례로 이 행장은 자신의 명함에서 '행장'이라는 말을 빼고 '디지털 익스플로러(탐험가)'라고 적어넣어 과심을 모았다. 이는 디지털 사업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명함의 뒷면 역시 유튜브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새겨, 명함 자체를 큰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다. 지난 7월 임원회의에서는 이 행장이 직접 "행장 업무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관련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나 은행장을 평가할 때 가장 큰 기준점이 되는 실적 역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19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7.6% 늘었다. 올해 실적도 지난해 기록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역대 농협은행장들 중 임기를 2년 이상 수행한 전례가 없다. 그동안 굵직한 성과를 냈음에도 교체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를 봐도 대표의 연임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가 농협금융지주만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행장과 같은 시기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임기도 끝난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김 행장을 필두로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조764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동시에 첫 해외 금융사 M&A 성과도 냈다. 김 행장 체제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시중은행보다 연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행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 지난달 열린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사실상 연임을 확정 지은 허 행장은 이사회만 통과하면 내년 11월까지 연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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