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기반한 문책성 인사시 '칼바람' 불가피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마트가 세대교체는 물론 외부인사를 수혈하는 순혈주의까지 무너뜨린 인사를 단행하자 정기인사를 앞둔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출혈경쟁 등으로 성장한계에 직면한 유통업계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의 파격 인사에 유통업계 맏형 롯데그룹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는 유통부문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 유니클로의 불매운동이 장기돠 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12월 크리스마스 전후로 2020년 1월1일자 정기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법적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만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은 상고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3년 4개월 동안 신 회장을 옥죄어온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 ‘자유의 몸’이 된 신 회장이 ‘뉴롯데’ 완성을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

우선 유통 BU 최고 책임자인 이원준 부회장의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취임 3년째로,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 부회장의 교체에 따라 유통 계열사 수장들의 연쇄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 유통 계열사들은 내수 부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마트·슈퍼 등 대부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송용덕 호텔롯데 부회장은 연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 부재시 그룹을 이끌어왔고 최근 비상경영을 직접 선포하는 등 막강한 권한으로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의 경우 그룹 숙원사업인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을 2016년부터 추진해왔기 때문에 빠른 상장 추진을 위해서라도 연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올해 인사폭을 최소화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신이 구속수감된 상황과 각종 리스크 속에서도 그룹을 이끌어온 노고를 인정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를 선언한 만큼 새로운 도약을 내세우기 위해 파격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큰 틀에서의 인사는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등 굴직한 현안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리스크 해소와 신세계의 인적 쇄신 등의 이슈가 맞물려 연말 인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J 더 센터

CJ그룹의 인사도 주목받고 있다.  CJ그룹은 내달 하순경 열릴 그룹경영회의에 앞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CJ는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해 2020년 매출 100조원(해외 매출 비중 70% 이상)을 달성하는 그룹 경영 비전 '그레이트 CJ'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되며 외형을 키우기보다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1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임원들을 교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CJ제일제당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수익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CJ ENM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의 투표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압수수색을 받았다. CJ CGV도 터키 리리화 폭락과 실적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마약 밀수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당초 올해 임원 승진이 예상됐으나 집행유예형으로 계획이 틀어진 것은 물론 내부 징계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녀 이경후 상무와 남편 정종환 상무의 그룹 내 역할 분담도 주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2월초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회사 성격상 큰 폭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면세점 부문의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홈플러스 역시 분위기는 밝지 않다. 임일순 사장이 취임 2년이 지났지만 지난해(2018년 2월부터 2019년 2월) 매출액은 직전해 대비 3.7%, 줄어든 7조6598억원, 영업이익은 57.6% 감소한 1090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확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인적 쇄신으로 실적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성과주의에 기반한 문책성 인사가 계속될 경우 유통업계에 인사 '칼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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